'국내에서 단 하나뿐인 기업'.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자리한 ㈜보우는 산업용 섬유인 '엔드레스 펠트'(endless felt)를 생산하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매년 설비투자로 원천기술력을 확보한 고강력, 고내열 엔드레스 펠트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신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다. 회사는 '섬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국내 유일 엔드레스 펠트 제작
1988년 설립한 보우는 당시 국내에서는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섬유용 펠트를 전문 분야로 삼았다. 특히 엔드레스 펠트는 연결선이 없는 두꺼운 부직포로 국내에서 보우를 포함해 몇군데에서만 생산할 수 있다. 일반 직물에 부직포를 덮은 뒤 수백 개의 바늘로 두드려 만들어낸 펠트는 뛰어난 강도와 내열성으로 산업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이 회사 권진현 실장은 "초기 회사가 만든 펠트는 니트 모직물 등 의류용 원단을 생산하는 섬유업체에 원단의 열 수축 방지와 표면 광택'가공 등 원단품질을 결정짓는 후가공 기계의 핵심부품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보우가 산업용 엔드레스 펠트를 생산하기 전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섬유 선진국에서 100% 수입해야만 했다. 김복용(사진) 대표는 "국내에서 엔드레스 펠트를 사용하려면 외국 회사에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납품을 받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만약에 대비한 재고부담까지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보우가 국내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엔드레스 펠트를 생산하면서 지역 섬유 역시 큰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국내 섬유가 점차 중국의 저가제품에 밀리면서 사양길을 걷자 보우 역시 의류용 가공에 쓰이는 펠트를 중국에 뺏기기 시작했다.
이를 일찍 깨달은 김 대표는 '산업용 섬유'를 준비했다. 엔드레스 펠트를 만드는데 아라미드 섬유를 원재료로 하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권 실장은 "아라미드 섬유는 인장(引張)강도와 내열성이 뛰어나 방탄조끼 등에 사용된다. 고온에도 변형이 이뤄지지 않아 이를 이용한 엔드레스 펠트는 의류용 외 철강, 제지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했다.
회사는 2000년 이후부터 꾸준히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덕분에 섬유 후공정에 쓰이던 용도에서 나아가 고급 철판을 뽑을 때 철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방탄, 방검, 소방 용도로도 쓰이고 하수 슬러지처리용 탈수기와 여과기 등 환경 신소재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34명의 종업원이 근무 중이며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판매하면서 20년 넘게 불황을 모르고 성장했다. 김 대표는 "제조업체의 생산현장이 자동화, 고급화될수록 우리 제품이 필요한 곳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개발했듯이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제지용 펠트로 세계를 잡다
최근 보우는 7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제품을 완성했다. 바로 골판지 제조용에 쓰이는 '제지용 펠트(싱글페이서 펠트'single-facer felt)'다. 싱글페이서 펠트는 골판지 종이제품의 제조설비인 '콜루게이터'(Corrugator)에 사용하는 산업용 펠트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일본산 싱글페이서 펠트를 수입해왔다.
싱글페이서 펠트는 높은 압력에서도 충분한 강도를 가지고 종이를 빠르게 이송시켜 골판지를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부속품이다. 일본 기업이 유일하게 생산할 수 있어 전 세계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보우 관계자는 "한 장 당 5천만~7천만원에 달하는 싱글페이서 펠트는 3~6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이다. 우리는 7년간의 노력 끝에 절반의 가격에 동일한 품질을 이끌어낼 제품을 개발했다"고 했다.
국내 골판지 생산 업체와 오랜 시간 테스트를 하면서 품질을 확보한 보우는 이제 해외 시장에서 먼저 알고 연락이 오고 있다. 이집트는 물론 대만, 중국에서 보우의 싱글페이서 펠트를 주문하고 있다. 권 실장은 "심지어 일본의 독점 기업에서도 자신에게 납품하라는 제의가 있었을 정도다. 그만큼 품질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보고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싱글페이서 펠트의 대량 생산을 위해 보우는 최근 달성군의 대구테크노폴리스에 1만6천500㎡(5천 평) 규모의 땅을 분양 받았다. 2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새로 짓고 사람도 뽑고 생산라인도 추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존의 싱글페이서 펠트보다 더 악조건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도록 성능을 올려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 보우가 하면 믿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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