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가 녹으면서 싹이 돋고 꽃을 피운다. 아름다운 꽃을 희생하면서 자기만의 알맹이는 시작되고 볕과 비바람을 맞으면서 서서히 몸을 키우더니 찬바람이 불면서 자기 본래의 모습을 갖추고 탐스러운 결실을 맺는다. 그러고는 대지는 하얀 솜이불을 덮고 휴식을 취하며 고요해진다.
사계절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오묘하고 위대하며 신비하기까지 하다. 대자연의 순리가 경이롭기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자연을 통해서 진리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일생의 단계를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너무 닮아있다. 어느 하나 올바르지 못하고 그릇되게 되면 삶의 과정에 있어 가을에 해당하는 장년기에 온전한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상실하게 된다.
다수는 노력한 만큼 이루고 거두지만 자연에 있어서는 뜻하지 않은 이상기후 등으로 올바른 결실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우리의 삶 또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일 년 동안 힘들게 농사를 지었는데 어떤 사람은 즐거워서 꽹과리를 치는데 또 다른 사람은 실의에 빠지고 좌절하는 경우를 보면서 순리에 따른 결실에도 의문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우리가 뜻하고 노력한 대로 다 이루어진다면 성취와 결실에 대한 소중함을 망각하고 자만할 수밖에 없기에 우리 인간에게 겸손이라는 것을 통해 인간의 부족함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만하지 않고 겸손을 통해 결실에 대한 감사함을 갖게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결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대다수 일들이 그렇지만 누군가의 각고의 노력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도와주는 협력자 없이는 결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에게 부담과 함께 불편함도 주지만 불신감보다는 사람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행사에 대한 신뢰로 그것 또한 감수하면서 나눔의 결실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종두득두(種豆得豆)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요즘은 불신감 때문인지 콩을 보여주고 심어 싹이 돋아나도 콩 싹이 맞을까 생각하고 줄기가 자라 열매를 맺어 실제로 콩을 봐야 믿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불신감 때문인지 좋은 일에 격려와 칭찬을 아끼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떠한 여건에도 굽히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임하게 되면 참다운 결실로 다가올 것이다.
모든 일은 쉽게 되는 일이 없다. 결실을 맺기 위한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얻은 결실은 참으로 값지다. 들판에 노랗게 오곡이 물들고 산 아래 과수원 열매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은 결실에서 오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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