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굿 걸
단짝 친구 릴리(다코타 패닝)와 제리(엘리자베스 올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꼭 첫사랑을 이루자고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와 제리는 해변에서 만난 데이빗(보이드 홀브룩)에게 동시에 마음을 빼앗긴다. 제리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정작 데이빗의 관심은 릴리를 향하고 릴리 역시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릴리와 데이빗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빠져들고, 서툴고 낯설지만 처음 만나는 감정에 설레고 들뜬다. 한편, 릴리와 데이빗의 사랑이 뜨거워질수록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고 있는 데이빗을 향한 제리의 감정도 깊어만 간다. 스무 살 리버 피닉스의 자유롭고 영민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던 '허공에의 질주(1988)'로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했던 시나리오 작가 나오미 포너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이다. 나오미 포너 질렌할은 할리우드 대표 남매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매기 질렌할의 어머니이다. 가족과 갈등을 겪는 십대 소녀의 로맨스와 성장을 담았다.
◇좀비 스쿨
문제아들이 모여 있는 곳 외딴 섬에 위치한 칠성학교.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아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기괴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그곳을 휘감기 시작한다.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닌 정체불명의 존재로 변해 서로를 참혹하게 물어뜯는 선생들이 학교를 순식간에 장악한다. 영문도 모른 채 극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절대로 죽지 않는 좀비 무리들에게 필사적으로 맞서고, 벗어날 수 없는 공포로 뒤덮인 학교는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소재인 '좀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도발적인 영화다. 입시 경쟁으로 옥죄는 학교는 '여고괴담'처럼 귀신이 아니라 이제 우악스럽고 무자비한 좀비들로 가득한 핏빛 공간이 되어, 더욱 무섭고 잔인해졌다. 좀비 영화의 장르 법칙과 십대들에 대한 억압이라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결합하려 시도한다. 무자비하게 물고 뜯으며 생존하는 무뇌 존재인 좀비는 철학 없는 잔인한 자본주의 사회를 의미하는 흥미로운 상징이다.
◇지골로 인 뉴욕
뉴욕에서 가업으로 물려받은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던 머레이(우디 앨런)는 관능적인 피부과 전문의 파커(샤론 스톤)에게서 친구 셀리마(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즐길 남자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머레이는 과묵하지만 부드러운 매력을 가진 휘오라반테(존 터투로)에게 은밀한 거래를 주선한다. 이 우연한 기회로 휘오라반테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여인들의 고독한 영혼에 마법을 부리는 치유자 지골로로 거듭난다. 한편, 남편을 잃고 홀로 6남매를 키우는 젊은 미망인 아비갈(바네사 파라디)은 유대인으로서의 규율과 제약으로 억눌린 삶을 살아왔다. 머레이의 권유로 휘오라반테를 찾아간 그녀는 그의 따뜻한 인간미와 부드러운 손길에 포근함을 느낀다.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1992)'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존 터투로가 연출했다. 그는 독립영화계의 유명 배우이지만, '맥(1992)'으로 칸영화제 황금촬영상을 수상한 재능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우디 앨런의 개성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말이 많고 뻔뻔하며 동시에 소심한 캐릭터, 그리고 뉴욕, 재즈, 끊임없는 수다 등 우디 앨런 표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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