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비합리성의 심리학

비합리성의 심리학 /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 이세진 옮김 / 교양인 펴냄

똑똑한 사람들이 왜 어리석은 행동을 할까? 어째서 판사들이 식사를 한 이후가 식사 전보다 가석방 승인 비율이 높을까? 2001년 9'11 테러 직후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선택한 미국인들의 행동은 과연 얼마나 합리적이었나?

의사들은 환자의 병을 오진하고, 야전사령관들은 멍청한 전투 계획을 고집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지루해 죽겠는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공무원들은 나태와 이기심을 조장하는 비합리적 시스템에 젖어 공금을 아무렇게나 운용한다. 왜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엄청나게 해를 끼치는 잘못된 결정을 되풀이하는 걸까?

비합리적인 믿음과 행동은 아주 보편적이다. 도박꾼이나 광신자만 그런 게 아니라 인재를 선발하는 면접관이나 의사나 엔지니어처럼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들도 곧잘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인과 관계를 착각해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책은 비합리적 판단, 선택, 행동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음을 갖가지 심리 실험을 통해 섬뜩할 정도로 명쾌하게 보여준다.

영국의 대표적인 실험 심리학자이자 저술가인 스튜어트 서덜랜드는 방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인간은 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비합리성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무엇인지, 또 비합리적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가용성 오류, 구경꾼 효과, 닻 내리기 효과, 매몰 비용 오류, 죄수의 딜레마, 후광 효과와 악마 효과, 신 포도 콤플렉스 등 우리 인간들이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저지르는 오류와 그 오류들을 작동시키는 원인을 하나하나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1992년 원서 초판 출간 후 그동안의 변화를 반영한 개정판을 번역했다. 484쪽, 2만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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