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쯤 대구 동구 신기동 반야월농협 5층 강당. 송모(77) 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는 자전거를 타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가쁜 증상을 앓고 있다. 송 씨는 담배를 30년 전에 끊었지만, 환경부의 안심연료단지(이하 연료단지) 인근 주민 건강조사에서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연료단지 바로 옆 율암동에서 60년 넘게 농사일을 하면서 생활하다 8년 전에 율하동으로 옮겼다.
송 씨는 "연료단지 저탄장 바로 뒤에서 살면서 문을 열면 검은 먼지가 수북할 정도로 탁한 공기 속에서 생활해왔다"며 "앞으로 나빠진 건강을 치료하고, 나아가 소송을 통해 피해를 배상받을 길이 열리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시와 동구청은 이날 건강지원 범위와 대상을 알리기 위한 설명회를 시작으로 공식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주민 200여 명은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면서 하루빨리 재검진과 진료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연료단지 인근에서만 30년 넘게 생활한 장모(81) 씨는 기침이 심한 자신의 딸(52)이 걱정이다. 현재 달서구 죽전동에 사는 딸은 연료단지 인근에서 태어나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살았다. 딸은 기침이 심해 약을 먹을 정도지만 현재 거주하지 않아 환경부 조사에서 빠졌다. 장 씨는 "딸이 어릴 때부터 먼지를 마시며 자란 것이 지금 호흡기 질환을 앓는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며 "현재 연료단지 인근에 살지 않는 사람도 검진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30년 동안 연료단지 옆에서 살아온 김모(73) 씨는 3개월 전 폐질환으로 15일이나 입원했다. 그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건강조사 대상이라고 통보를 받았지만 사는 데 바빠서 검진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기침이 심해 X레이를 찍으니 폐가 하얗게 나왔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요즘도 증상이 남아 있어서 치료가 급하다"고 했다.
지난해 한 달 동안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적이 있는 한 주민(70) 역시 환경부 조사 대상이었지만 경비원 업무로 시간을 낼 수 없어 검진 시기를 놓쳤다. 그는 "32년 전 연료단지 인근에 올 때만 해도 건강했지만 최근 병원에서 폐의 70%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고 했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가쁜 숨으로 견디는 주민들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진료와 치료를 받도록 지정병원 선정을 마무리하는 등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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