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기심에 발목잡힌 서문시장 무단횡단

동산의료원 앞 교통 엉망…노년층·상인 입장 엇갈려 市 "민감한 문제" 손못써

대구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과 서문시장 사이 육교 아래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시민이 많아 교통사고가 우려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과 서문시장 사이 육교 아래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시민이 많아 교통사고가 우려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과 서문시장 사이 도로가 무단횡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행자들은 동산상가로 이어지는 육교가 오르내리기 힘들고, 서문시장 네거리의 지하도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이달 16일 정오쯤 동산병원과 서문시장 사이 왕복 6차로는 차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정지신호에 차들이 멈춰 서자 5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기다렸다는 듯 차 사이를 비집고 도로를 건넜다. 뒤이어 10여m 떨어진 곳에서도 30대 남성 3명이 무단횡단을 하다 차 사이로 달리던 오토바이에 치일 뻔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무단횡단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신남네거리와 동산네거리 사이 760m 구간 가운데 서문시장 동산상가 육교 근처와 지하도가 설치된 동산네거리 인근이다. 이 도로에는 횡단보도가 2개인데 모두 신남네거리 쪽에 치우쳐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동산네거리 쪽에는 육교와 지하도뿐이다 보니 쉽게 길을 건너려는 사람들의 무단횡단이 이어지는 것.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 대다수는 시장을 이용하는 중'노년층이다. 이들은 지하도와 육교를 이용하기 불편하니 횡단보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모(73) 씨는 "숨이 찬데다 수술한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 무단횡단을 했다"며 "동산네거리에 횡단보도만 있다면 지금처럼 무단횡단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횡단보도 설치는 시민들의 오랜 요구지만 동산상가와 대신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여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산상가 상인들은 육교가 시장 건물 2층으로 연결돼 있어 횡단보도가 생기면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대신지하상가 상인들 역시 유동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대신지하상가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장사가 안 되는데 횡단보도까지 생기면 지하도를 이용하는 손님이 없어 상권이 아예 죽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이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 교통국 관계자는 "이곳은 차량 상습 정체 구간이다 보니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정체가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또 대신지하상가 상권이 침체될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서문시장 동산상가 상인들도 상가 2층으로 곧장 통하는 육교를 철거한다면 민감해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최근 도시철도건설본부와 함께 무단횡단 빈번 구역의 현장조사를 마친 만큼 도로 중앙에 화단을 조성하거나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무단횡단을 막겠다"고 밝혔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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