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9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마침표를 찍었다. 양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세월호 특별법 합의문에 사인한 직후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여름에 시작한 협상이 가을에 와서야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정상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단 여야가 손은 잡았지만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 제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더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에 서로 명분만 주는 선에서 일부 쟁점을 뒤로하고 미봉 상태로 원칙 수준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 세월호 협상
세월호 특별법은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처음 구상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7월 10일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나 "7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합의가 도출되면서 일사천리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느냐와 특별검사 후보 추천을 둘러싼 여야는 물론 유족들이 대립하면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다 8월 7일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주례회동에서 기다리던 첫 합의가 나왔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준용, 특별검사를 추천하되 진상조사위를 '5(새누리당):5(새정치연합):4(대법원장과 대한변협회장 각 2명):3(유가족)'로 구성하는 내용을 포함한 11개 합의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즉각 반발했고, 새정치연합은 의원총회에서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180도 틀면서 협상 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이후 양당은 8월 19일 2차 합의 안에 도달했지만 또다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반대에 휘말려 협상은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이후 새누리당은 야당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고, 새정치연합은 유족 뜻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평행선을 달렸다.
◆긴박했던 8시간
세월호법은 30일 오전까지만 해도 타결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 열린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간 두 번째 3자 회동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여야와 유가족이 다시 머리를 맞댔고, 2시 40분쯤 박영선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갑자기 나와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잠시 협상장을 떠나있던 이완구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 있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이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손을 이끌고 본회의장 옆 별실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족과 야당이 뭔가 타협을 이룬 것 같다"고 했다. 일부에선 "4명의 특검후보를 추천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후 오후 4시쯤, 박 원내대표가 다시 본회의장 문을 열고 들어와 이 원내대표를 데리고 나갔다. 잠시 후 세월호법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가 유가족을 만나러 갔고, 이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날 오후 4시 45분 박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 나타나 "세월호법을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강경파들이 반발했지만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의 만류에 두 시간의 의총을 통해 협상 안을 최종 추인받을 수 있었다.
같은 시각 새누리당도 당 대표실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세월호법 최종 타결방안에 대해 최종의견수렴 절차를 밟았다. 여기서 새누리당은 야당에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을 한데 묶어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제의가 나왔다.
◆법 제정까지는 산너머 산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최대 고비를 넘겼지만 완전 타결로 가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질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위원 구성 방식은 정해졌지만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 산하 소위는 어떻게 구성할지, 사무처 규모와 채용 방식 등은 미정이다. 또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보상'배상이나 희생자 추모사업 방식도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특히 법 제정이라는 종착역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장 유족들이 여야의 이번 3차 합의 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여야 합의안이 발표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한다"고 밝혔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최종적으로 (여야가) 합의한 것을 보면 가족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야당이 특검의 중립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시간에 쫓기듯 원칙적인 명분을 찾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에 세부 과정에서 완전 합의를 이루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앞으로 최소 한 달간 이어질 세월호법 추가 협상 과정에서 유족의 참여 여부가 결론나지 않을 경우 협상은 제자리를 맴돌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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