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온종일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중년의 재혼부부가 외로운 모습으로 상담뜨락에 들어섰다. 이들은 재혼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혼 위기를 절감하며 상담을 청한 것이다.
남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재혼 후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소생인 남매와 아내의 소생인 딸들이 벌이는 '힘겨루기'게임이 시작되어 집은 다툼이 끊일 날 없고 갈등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아이들의 싸움에 두 부부의 감정이 개입되고 그때마다 '자기 아이들' 편들기가 볼썽사납게 시작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양상은 부부에게도 금이 갈 만큼 심각해져만 갔다. 이런 와중에서도 가정 내 양극화는 흥미 있었다. 가사의 전권을 쥐고 있는 아내의 아이들은 밥을 얻어먹고 깨끗한 의복을 입었다.
그리고 온 집안을 맘대로 사용하고 엄마의 보호막 속에 아이들은 기를 펴고 사는 듯했다. 반대로 남편의 아이들은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새엄마의 눈치를 봐야 하고 새엄마의 아이들에게 밀려 주방에서 밥 먹는 일조차 숨죽여야 했다. 또 의복마저 자기들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됐다. 이를 안 남편은 마음이 아려 아내에게 자기애들만 보살핀다며 공격을 해댔다. 급기야는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되는 등 재혼은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내가 이혼하자고 했다. 이에 남편은 난감해하며 어떻게 실마리를 풀지 난처해했다. 모처럼 찾은 인연인 새 아내는 사랑하는데 자식들 간의 갈등으로 부부관계에 금이 가니 말이다.
그날 두 부부와 필자는 이 문제를 두고 장고 끝에 답을 찾았다. 지금, 두 배우자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 아이', '내 아이' 편을 갈라 힘겨루기를 하는 데서 빠져나와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부부는 상대 배우자의 아이를 내 아이만큼 배려해주고 아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아비, 어미 없는 자식을 만들기 싫어, 재혼했는데, 자기 자식만 챙기는 것은 재혼의 의미가 없다고.
재혼 부부에게 말한다. 현재의 결혼생활에 성공하려면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배우자의 아이를 사랑해 주는 것, 그것을 배우자에게 선물하는 것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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