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붙은 여야 혁신안 경쟁, 지켜보는 국민은 "글쎄요"

이번엔 불체포특권 내려놓고 오픈프라이머리 한다고…

여야가 마치 속도전을 치르듯 혁신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지켜보는 국민의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다. 혁신은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경북의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정치권이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은 말로만 떠들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과연 이번엔 다를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일 오후 6시부터 자정을 넘어서까지 혁신 안건을 논의한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제도 개선 ▷국회의원 세비인상 ▷오픈프라이머리를 포함한 국회의원 공천방식 문제를 6일 전체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다. 보혁특위는 거대 담론을 내놓기보다는 실천 가능한 의제부터 차례대로 논의할 계획이다.

보혁특위에서는 현재 국회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진행하는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바꾸고,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도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두하는 길을 열어놓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도 제출할 예정이다.

보혁특위는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3.8%(500여만 원) 인상안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세비인상을 반대하기로 했다. 정당개혁을 실천할 당 차원의 개혁과 오픈프라이머리를 포함한 공천방식 변경 문제도 보혁특위에서 푼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제까지의 혁신안들이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거나 여론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는 절차가 부족했다. 보혁특위는 국민과 의원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했다. 개헌 문제는 보혁특위에서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당장 실천 가능한 과제를 최우선적으로 선별해 혁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혁신실천위는 당내 계파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현실적인 혁신안부터 논의할 계획이다. ▷재선거나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지목된 출판기념회를 폐지하는 방안 ▷야당 몫의 국회도서관장 추천권 국민개방 ▷민주정책연구원의 자율 '독립성 보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

원혜영 혁신실천위원장은 "당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우리부터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 당의 미래가 없다"고 했다.

국회도서관장은 국회의장이 임명하지만 관례상 제1야당에서 추천하고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실상 선임권을 갖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것도 일종의 기득권으로 보고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당에 종속돼 인사, 예산이 관리되고 있지만 자율성을 보장해 보다 다양한 인재들이 기용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무에 치중된 기능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정치 연구가 가능하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일하는 국회, 특권 내려놓는 국회를 천명하고 있지만 실천은 두고 볼 일이다. 필요할 때마다 혁신안을 내놓고 국민 여론을 왜곡해온 여야다. 기득권 내려놓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초반 국회가 공전할 때 새누리당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실천하겠다며 세비를 받지 않았지만 단 한 달 뿐이었다. 세월호 정국에 발목 잡혀 5월부터 법률안 처리 제로 국회를 9월까지 이어왔지만 여야는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 챙겼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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