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55) 씨는 얼마 전부터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감을 느꼈다. 그저 과로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쉬어도 좀처럼 피로는 가시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소변검사에서 혈뇨와 단백뇨가 발견됐고, 혈액검사에서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년 전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단백뇨를 무시하고 지내다가 혈액 투석이 필요한 중증 만성콩팥병으로 진행된 것이다.
만성콩팥병은 조용히 다가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100명 중 6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일찍 발견되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만성콩밭병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늘면서 환자 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조용히 다가오는 만성콩팥병
만성콩팥병은 서서히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3개월 이상 콩팥 이상이 계속되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로 콩팥의 손상 정도나 기능의 감소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된다. 마지막 단계인 말기 신부전에 이르면 회복이 불가능하고 투석이나 신장 이식 등이 필요한 지경에 이른다.
콩팥은 대사 노폐물을 배설하고 수분과 전해질을 조절해 신체가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한다. 콩팥에서 분비되는 레닌이라는 호르몬은 혈압 조절에 관여하며 조혈 호르몬이 골수에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해 빈혈을 막는다. 또 비타민D를 활성화해 뼈의 생성과 흡수를 돕고 칼슘과 인산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피로감을 잘 느끼고 전신 가려움증과 손발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노폐물이 몸에 쌓이면서 혈압이 오르고 빈혈도 생긴다.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뼈가 약해지고 신경이 손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증상이 모호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6년 8만5천141명이던 환자 수는 2008년 10만2천798명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전국적으로 11만6천76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콩팥병 환자 중 대부분은 고혈압이나 심장기능 이상, 빈혈, 골 질환 등의 합병증을 갖고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사망률이 굉장히 높다. 투석 중인 20, 30대 환자는 일반인의 100배, 65세 이상인 경우도 10배나 사망률이 높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뇌출혈이나 뇌경색, 심근경색, 심부전과 심장 급사 등 심장 및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
특히 국내에서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절반은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콩팥병이다. 고혈압이 원인인 경우가 20%, 사구체신염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당뇨병 환자는 만성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3.5배나 높다.
나이가 많을수록 만성콩팥병에 걸릴 위험은 높아진다. 65세 이상은 발생 위험이 3.2배 증가한다. 대사증후군을 가진 경우에도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1.8배 높아지고,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는 무려 7.9배나 많이 발생한다.
◆만성콩팥병은 생활질환
만성콩팥병은 모르고 지내다가 몸이 붓거나 구역질이 나고 호흡 곤란을 느끼고 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대부분 4기 이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다. 특히 건강검진이나 다른 검사를 받다가 소변이나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콩팥병은 우선 소변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에 단백뇨나 혈뇨가 지속된다면 만성콩팥병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만성콩팥병의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주기적으로 소변검사와 신장 기능검사를 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 조절이 이상하리만큼 잘 되거나 자주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 몸이 붓거나 피로감이 갑자기 심해지고 어지러움, 구역, 구토가 있으면 신장 기능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갑자기 혈압이 많이 올라가는 경우, 몸이 붓거나 숨이 찬 경우도 만성콩팥병의 합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만성콩팥병은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생활습관을 바꾸면 병의 진행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우선 음식은 되도록 싱겁게 먹고 가급적 단백질 섭취는 줄이는 게 좋다. 체중 조절과 금연이 필요하고 술도 줄여야 한다. 주 3일 이상 1시간 이내의 규칙적인 운동은 만성콩팥병의 진행과 합병증 관리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특히 단백뇨가 있는 경우 적절한 혈압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이 필요하다. 진통제나 항생제, CT 촬영을 위한 혈관 조영제는 콩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만성콩팥병 3기 이상인 환자는 빈혈이나 고인산혈증, 비타민D 부족증, 부갑상선기능 항진증 등 합병증을 다스려야 한다.
콩팥 기능이 30% 이하인 경우 칼륨이 많은 과일과 야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콩팥이 칼륨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칼륨은 근육 운동을 방해해 쓰러지게 하거나, 심장근육 신경세포를 마비시켜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바나나와 오렌지, 수박, 키위 등과 토마토, 시금치, 버섯, 감자, 고구마, 호박 등의 채소는 피하는 게 좋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한승엽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특별히 의심할 만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지만 건강과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간단하지만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만성콩팥병의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콩팥병 예방'관리 9대 생활수칙
-음식은 싱겁게 먹고 가급적 단백질 섭취는 줄인다.
-주 3일 이상 30분~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음주는 줄인다.
-비만 환자는 체중을 조절한다.
-고혈압, 당뇨는 꾸준히 조절한다.
-콩팥 기능에 따라 적절한 수분을 섭취한다.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를 받는다.
-모든 약은 의사와 상의하여 콩팥 기능에 맞게 복용한다.
-콩팥 기능이 30% 이하인 경우 칼륨이 많은 과일과 야채 섭취를 주의한다.
(자료:질병관리본부)
도움말 계명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한승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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