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00은 완벽한 의미를 담고 있다. 99는 아직 모자람이 느껴지고 101은 넘치는 데 비해 100은 더도 덜도 아닌 꽉 참을 자랑한다. 단군신화에도 곰이 인간이 되는 데 필요했던 기간을 100일로 정했다. 100일을 채우지 못한 호랑이는 결국 사람이 되지 못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100일이 되면 이를 기념하는 것도 이 기간이면 몸 안의 모든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연인들도 만남 100일을 기념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100일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100일은 앞으로 다가올 1천 일, 1만 일을 위해 내딛는 중요한 시점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매체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기관장들이 취임 100일을 맞으면 일제히 기념 인터뷰를 갖는 등 난리를 피운다. 이는 이날을 기점으로 언론과 이들과의 봐주기(속칭 밀월관계)가 끝이 나고 본격적인 비판의 날을 세우기 전 마지막으로 띄워 주는 의미도 갖고 있다. 그 뒤부터는 잘못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민선 6기 이강덕 포항시장이 8일 자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밀월은 끝났다. 지금까지는 미숙한 부분이 있어도 걸음마 단계였기 때문에 너그럽게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견제와 감시, 비판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터이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창조도시 포항 건설'이라는 큰 틀을 만들어 포항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각 과마다 창조도시 포항 건설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라고 공무원들이 하소연하고 있다.
이쯤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도 않다. 먼저 창조도시가 뭔지도 모르는 공무원들도 있는데다 시민들도 아직 생소해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면서 언론을 통해 귀에 익지만 개념은 솔직히 잘 모르는 시민들이 태반이다. 쉽게 말하자면 '잘사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미인데, 정부가 주창하는 구호에 맞춰 의미도 잘 모르는 '창조도시'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짜놓은 창조도시라는 틀 때문에 모든 시정의 초점을 여기에 무리하게 꿰맞추려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거창한 틀에 맞추려다 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도시는 그냥 시민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며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풀고 서민을 위한 행정은 적극 지원하는 등 무엇이든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시정이 바로 창조도시 포항 건설로 가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다.
사회2부 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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