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의 눈] 노란민들레이야기봉사단 동극 공연

'딸보다 아들 우대' 시절 이야기로 꾸며 어르신들도 공감

" '엄마는 왜 나를 딸로 태어나게 했을까' 라며 훌쩍일 때 객석에서 가슴을 툭툭 치며 '그래, 딸이면 어때서' 라며 추임새를 넣어주던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지난달 26일 노란민들레이야기봉사단(회장 오종순)은 대구 동구에 있는 어르신 주간보호소에서 동극 '검둥아 너는 아들이가 딸이가?' 공연을 펼쳐 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이야기봉사단의 동극은 동구청 평생학습과의 '동아리프로그램사업' 공모에 선정돼 소외계층의 외로움과 문화욕구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행사다.

동극 줄거리는 먹을 것이 귀하던 1960, 70년대 시절 딸보다 아들이 우대를 받던 애환을 담은 동극으로 음식의 소중함과 성 차별의 잘못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는 정재복 소릿제 봉사 단장의 선비춤과 가수 이원조의 가요메들리와 오종순'강차순 회원의 하모니카 연주도 함께했다.

노란민들레이야기봉사단은 올 4월 창단했다. 신천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동화구연을 배운 회원들이 지역사회에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며 결성한 모임이다. 13명 회원으로 구성된 이야기봉사단은 창단 며칠 뒤 대구 동구 동아리 프로그램사업 공모에 우수프로그램으로 뽑혔다.

동화구연을 갓 시작한 단계에서 공모에 선정된 까닭에 주제 선정과 무대의상 등 모든 것이 막연했다. 특히 회원들 대다수가 직장인이기에 단체 연습할 시간이 없는 게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단원들은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 시간에 텅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습무대를 열었다. 당연히 운동 나온 많은 주민들이 관객이 됐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대본을 봐가며 맡은 배역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동극연습무대 주변으로 모여든 구경꾼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격려금을 전하는 주민들도 있어 회원들은 연습에 몰입 시간가는 줄 몰랐다.

첫 동극 완성의 숨은 주역은 단연 오종순 회장이다. 궂은 날이면 자택을 연습공간으로 내준 것은 물론 국수며 과일 등 간식거리를 손수 챙겨주며 맏언니 역할을 자처했다. 오 회장은ㅠ"부족한 동극에 웃음과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며 벌써 다음 공연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야기봉사단의 프로그램사업은 11월 말까지 진행된다.

글 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 이종민 기자 chunghama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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