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이번 국정감사는 부실 그 자체다. 상시국감이냐 원래대로 원샷국감이냐 논란이 일면서 준비기간이 짧았고, 야당은 원내대표 경선까지 겹치면서 허우적거렸다. 준비가 부실해 피감기관의 답변도 성의가 없고,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여전히 싸우는 통에 국민 누구도 국감에 눈과 귀를 닫고 있는 형편이다. 핵심 이슈도 없고, 국감 스타도 없다.
◆예견된 부실 국감
올해 국감 일정은 국감 시작 일주일 전에 최종 확정됐다. 13일부터 시작하려던 국감을 앞당겨 7일부터 했다. 당연히 국회 보좌진의 국감 준비기간은 터무니없이 짧았다. 특히 국회는 국감 대상기관을 672곳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630개 기관보다 42곳 늘어나 1988년 국감 부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런데도 국감기간은 20일. 그것도 주말과 공휴일을 빼면 2주일 정도뿐이다.
초선 국회의원의 한 보좌관은 "우리가 준비하는 시간도 빠듯했고, 피감기관도 급박한 자료 요청에 성의있게 답변하지 못해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의원실에서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받는 기간은 통상 2주 정도 걸린다.
국감 대상인 피감기관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올해 국감에서도 정부 관계자와 공무원들의 자료제출 거부, 늑장 제출 등 비협조가 여전하다. 정부 정책을 점검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하는 기본 책무를 망각한 채 정부 실정 감추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여야의 기 싸움도 파행 불러
정부 정책을 피감기관이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게 국감이다. 그런데 여야는 증인채택 등을 두고 감정싸움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감 첫날, 환경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감에서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결국 파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반대했다.
국방위원회에서도 '28사단 윤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수사 축소, 은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군 대선개입 문제와 관련해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의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50여 분 동안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8일 정무위원회도 뒤늦게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밤늦게까지 파행을 겪다 가까스로 증인을 최종 확정지었다.
새누리당은 기업인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정에 대해 감사를 하는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기업인 증인 출석을 자제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기업인이 나와 시정할 사안을 점검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의원들의 태도도 문제다
국방위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당 일부 의원들의 성향을 평가한 메모를 나눈 것이 언론에 포착돼 파행을 겪었다.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이 발언할 때 새누리당 정미경, 송영근 의원이 메모를 주고받았는데 그 내용이 '쟤는 뭐든지 빼딱' '김광진'장하나 의원은 정체성이 좌파적' 등이었다. 새정치연합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사과를 요구했고 송 의원이 사과하면서 논란이 줄어들었다.
정무위원회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회사 수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감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이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에게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고성을 질렀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했다. 기획재정위 한국은행 국감에서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정해방 금융통화위원에게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협의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하면서 "한글도 모르느냐" 등 인격모독성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이노근 의원, 증인출석 제도 개선해야 주장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10일 국회의 무분별한 국정감사 증인출석 요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증인신청이 있는 때에는 안건 또는 국정감사'국정조사와의 관련성과 신청의 이유 등을 기술한 신청서를 국회의장이나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제출한 뒤 최종적으로 본회의 또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증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18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 신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5분 미만의 답변을 한 증인이 전체의 76%이며, 신문이 전혀 없었던 증인도 12%에 달했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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