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스마트폰으로 지역 민심을 살피려면

조선일보가 드디어 네이버와 모바일 뉴스 공급 계약을 맺고 지난 1일부터 네이버 모바일에 뉴스를 내 보내고 있다.

그동안 조선은 중앙, 동아, 매경 등과 함께 네이버와 모바일 뉴스 계약을 하지 않고 독립의 길을 걸어왔다. 기사를 헐값으로 포털에 넘긴 PC에서의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조선의 전격 계약으로 4개 언론사의 독립 동맹은 깨지고 말았다. 조선의 이 같은 결정은 포털을 떠난 모바일 시장에서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원인이 크지만, 정치적 배경도 적지 않다.

네이버 모바일에는 그동안 비교적 '야성'이 강한 뉴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선거철이나 정치적 이슈가 터져 나올 때면 상대적으로 보수 세력이 고전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여권에서는 이들 보수 언론들의 네이버 모바일 입점을 내심 바라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9월에는 새누리당의 두뇌집단인 여의도 연구소가 '포털 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간담회'를 마련해 포털의 독과점, 불공정 문제를 공론화하며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잇따라 포털을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언론장악 음모"라며 발끈했다. 포털 뉴스를 두고 여야는 뜨겁게 정치적 공방을 벌였다.

특히 올해는 집권 여당에 상대적 부담을 준 '세월호 참사'로 여권은 네이버 모바일에서 혹독한 세월을 보냈다. 이런 이유로 조선의 전격 계약은 네이버 모바일 뉴스에 대한 제값 받기 입장 관철 여부를 떠나 다분히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로 보인다. 여권은 보수의 목소리를 키우는 기회로, 조선은 몸값을 올리는 기회로, 네이버는 정치적 편향을 비켜가는 동시에 카카오토픽의 도전장에 쐐기를 박는 실리까지 챙겼다.

조선의 합류로 이제 네이버는 PC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국내 최대 뉴스 유통 사업자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4천만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2천500만 명 이상이 네이버 모바일 뉴스를 이용하는 최대 모바일 언론 권력이 됐다. 이제 네이버 모바일에서도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기사를 두루 접할 수 있게 됐으니 이용자 입장에선 어쨌든 잘 된 일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균형만으로 '포털 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말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정과 상생을 위해 네이버가 걷어내야 할 더 큰 장애물은 지역 차별이다.

네이버는 현재 국내 80여 개 언론(매체)사와 모바일 뉴스 공급 계약을 맺고 있지만, 지역 언론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메이드 인 서울' 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모바일)으로 네이버 뉴스를 검색하면 죄다 서울에서 쏟아낸 뉴스들이다. 중앙의 시각에서 지역을 바라보며 쓰고 편집된 기사뿐이다. 지역 뉴스를 보려면 사무실로 쫓아가 PC 앞에 앉아야 가능한 일이다. '지역 뉴스는 계약 불가'라는 네이버의 모바일 방침 때문이다. 안 되는 게 없는 네이버지만 모바일에서 지역뉴스만큼은 안 된다는 것이다. 뉴스는 '또 하나의 상품'일 뿐이고 계약은 업계 자율사항이며 특히 지역 뉴스는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네이버의 이런 시각은 단언컨대 옳지 못하다. 네이버 관계자가 밝힌 대로 지역 뉴스를 막아놓고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뉴스 유통의 슈퍼 갑 네이버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규제는 경제를 옥죄고 창조경제를 그르칠 뿐이다. 중앙 언론사들처럼 계약 단가를 높여달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공공재인 뉴스를 유통한다면, 더욱이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독과점 유통 사업자라면 지역 뉴스도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유통과 경쟁의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 이는 네이버로서도 필요한 일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인 지역민도 네이버 모바일의 고객이다. 지역민에게도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네이버는 앞으로도 모바일에 어떤 지역 언론사와도 뉴스 공급 계약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뉴스에 대한 알권리가 지역 뉴스라고 제약받을 이유는 없다. 법적 규제가 아니라 법적 보장이 필요한 이유다. 국회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바쁜 일정에 스마트폰으로도 지역 민심을 살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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