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에 놓인 경산시 남천면 내 유일한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주민과 행정기관, 기업체들이 똘똘 뭉쳐 '남천초등사랑장학회'를 발족한 가운데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명의 이 학교 졸업생이 최근 장학금 1천500만원을 기탁했다.
남천초교 33회 졸업생으로 현재 구미에 사는 한 남성은 13일 면사무소를 찾아 "지난해 매일신문 기사(2013년 3월 14일 자 11면 보도)를 보고 남천초등사랑장학회 소식을 접했다. 모교 발전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5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 남성은 장학금을 전달한 뒤 이름을 밝히기를 극구 사양하며 면사무소를 나갔다. 앞서 이달 10일에도 남천면 삼성리가 고향인 익명의 독지가가 지역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장학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남천초교는 1932년 12월 개교한 이후 1970년대만 해도 전교생이 700명을 넘었다. 하지만 이농 현상과 도'농 간 교육환경 격차 탓에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1980년 454명이던 전교생이 1990년 262명, 2005년 81명으로 줄었다. 2009년 인근 금곡초교와 통합돼 전교생이 94명으로 잠시 늘었지만 2010년 74명, 2012년 68명으로 감소했다. 자칫 학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지역사회에 퍼져 나갔다.
그러자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2년 11월 17개리 이장과 주민,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기업체 등이 한데 뭉쳐 '남천초등사랑장학회'를 발족했다.
지금까지 50여 명의 개인'단체'기업들이 장학금 1억6천900여만원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장학기금은 보다 알찬 방과 후 특별활동과 통학버스 운영비 등으로 활용된다.
장학회는 매년 3천700만원가량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방과 후 영어회화'전통무예를 교육했고, 전교생이 경산스파월드에서 매주 3차례 수영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전교생이 매주 2차례 스케이트를 배운다. 이런 소식을 접한 경산시내 일부 학부모들이 오히려 면 지역인 남천초교로 자녀를 전학시키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말했다.
실제로 남천초교는 지난해 전교생이 72명으로 늘었고, 올해 1학년 신입생 31명으로 2개 반을 운영하는 등 전교생이 103명으로 늘어났다.
이종원 남천면장(남천초등사랑장학회 이사장)은 "경산시의 학원도시 조성 정책과 남천초등사랑장학회의 지원으로 오히려 학생 수도 늘고 명문학교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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