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9년 전인 2005년 10월 3일. 휴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했다가 체육복차림으로 느지막이 회사로 갔다. 승용차로 30여 분 거리인 회사로 가는 길에 "상주에서 사고가 났다"는 편집부국장의 전화를 받았다. 큰 사고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회사에 도착해 인터넷과 TV를 통해 뉴스를 체크하고, 현장 취재기자로부터의 송고를 기다렸다.
그러나 중간에 전화로 보고받은 내용은 참담했다. 11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다친 상주 공연장 참사는 일어난 날짜만 2005년이었을 뿐 1970, 80년대에 일어났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건이었다. 안전시설 미비와 안전요원 부족이라는 기본에다가 대형 공연 기획 경험이 없는 공연기획사는 시장 인척이 대표였다. 경찰 수사결과, 행사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상주시는 오히려 온갖 편의로 기획사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경기도 판교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가 무너져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환풍구에 올라간 자기 과실도 적지 않지만,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만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였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간 과정과 결과는 뻔해 보인다. 지루하게 사고 책임공방을 벌이다 관계자 몇 명을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그 사이 국회의원들은 살판났다는 듯이 관계법을 개정한다며 법석을 떨고, 정부는 여러 안전대책을 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는다.
2005년 상주 참사를 보며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세계 경제 10대 강국, 국민소득 몇만 달러 등등 어떤 것을 들이대도 기본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참사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한 우리나라는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칼럼에 '이 사건은 진행형이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이미 완료형이다. 몇 사람이 바뀌고, 혹은 붙잡혀 들어가고…사고 때마다 골백번도 더 만든 대책을 마련한다며 공연장 안전점검을 다시 하고, 무면허 업자를 단속하고, 비리 커넥션을 캐내고, 관끼리의 협조체제를 재구축하고…적지 않은 사건을 통해 만들어진 경험은 수학공식처럼 확고부동하다'라고 썼다.
이번 판교참사의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르지 않은 한, 우리나라는 후진국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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