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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보이후드 / 레드카펫 / 다이빙벨

레드카펫
레드카펫

'보이후드'

여섯 살 메이슨과 누나 사만다는 엄마(패트리시아 아퀘트)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에단 호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가며 친구처럼 놀아주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살 수 없다. 부모는 이혼한 상태이고, 메이슨은 엄마의 일 때문에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니며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다. 그의 유년기는 외롭다. 그래도 그는 점점 성장해서 청년이 되어간다. 얼핏 보면 평범한 스토리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12년 동안 같은 배우들로 촬영을 이어갔다. 우리는 주인공 메이슨이 스크린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분명 극영화이지만 엘라 콜트레인이라는 소년의 성장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유년기의 다채로움을 기록하는데, 유년기 삶의 많은 순간들은 동시대를 대변하는 팝송들과 함께 추억으로 기억된다.

'레드카펫'

섹드립의 황제 조감독 진환(오정세),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19금 CG계의 감성변태 준수(조달환), 입사하자마자 감춰왔던 음란마귀의 본색을 드러낸 엘리트 출신 막내 대윤(황찬성),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19금계의 순정마초 감독 정우(윤계상).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로 구성된 꼴사단은 19금계의 흥행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영화제작사이다. 이들에게 떨어진 미션은 '탑 여배우를 캐스팅하라!'이다. 자타공인 흥행여신 정은수(고준희)를 전격 캐스팅한 꼴사단은 은수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실제 에로영화 감독 출신인 박범수 감독이 처음으로 탑배우들과 작업한 주류영화이다. 영화에는 그가 에로영화판에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들이 가미되어 웃음을 유발한다. 표면적으로는 10년 차 에로영화 감독과 잘나가는 여배우의 로맨스이지만, 심층은 사람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편견에 대한 것이다. 영화는 에로영화 감독에게 가해지는 고정관념을 꼬집으며 보는 사람을 부끄러움에 빠지게 한다. 웃음 뒤에는 에로영화 감독이 느끼는 슬픔이 놓여 있다.

'다이빙벨'

얼마 전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화제작이 된 영화이다. 2014년 4월 16일,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다. 참사 사흘째, 팽목항에 도착한 이상호 기자는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현장의 진실을 목도한다. '전원 구조' '사상 최대의 구조 작전' '178명의 잠수 인력 동원' 등으로 무장한 언론의 보도와는 다른 현실에 망연자실하고 있던 그때, 잠수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다이빙벨에 대해 알게 된다. 탐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은 인터넷 대안언론 보도를 위해 이상호 기자팀이 기록한 세월호 관련 영상을 한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스트 안해룡 감독이 합심해 한 편의 영화로 완성한 것이다. 수많은 보도 매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사건의 진실에 목마른 많은 사람들은 더 새로운 매체의 다양한 보도를 접하길 원한다. 세월호만큼 영화 또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보는 다양한 시선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역할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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