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구벌에 멈춘 10만5천의 '시선'…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대성황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가 19일 막을 내렸다. 올 행사에 10만5천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비교적 성황을 이뤘다.

지난달 12일 개막되어 한 달여 동안 사진의 향연으로 달구벌을 달구었던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가 19일 막을 내렸다. 올 행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사진이 가진 특성과 사회적 역할을 잘 부각시킨 전시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를 연출한 점도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운영상의 문제 등을 노출하며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시사점도 남겼다.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 만족

'Photographic Narrative'라는 주제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봉산문화회관 등에서 열린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킨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기원, 기억, 패러디'를 주제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주 전시는 사진의 탄생과 발전 양상을 비교적 잘 담아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제3세계(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짐바브웨, 케냐 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사진의 다양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박남희 경북대 교수는 "사진이 가진 기존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개념으로의 확장과 탈장르적 다양성 등을 드러낸 행사였다"고 평했다.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 '전쟁 속의 여성'은 여성의 시각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종군 위안부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전쟁 속의 여성'은 다음 달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년 제주문화예술회관과 UN 전시까지 추진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만월: 하늘과 땅의 이야기'도 독특한 주제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월: 하늘과 땅의 이야기'는 다음 달 제주 자연과사랑 갤러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사진의 문턱을 낮춘 점도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남긴 성과 중 하나다. '만인소-소소한 행복사진관' '도시프로젝트-맛있는 사진관' '꿈꾸는 나다르' 등 다양한 시민참여프로그램은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큰 몫을 했다. 이에 따라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관람객은 크게 증가했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 행사 관람객은 10만5천 명으로 2012년 9만4천 명에 비해 1만1천 명 늘어났다.

다양한 협약을 통해 대구시진비엔날레의 지평을 확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직위원회는 세계적인 사진 축제인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 캐나다 스코티아뱅크 콘택트 포토그래피페스티벌 등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작가 교류 및 홍보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 광주'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해 교차 관람객에 대한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구자호 운영위원장은 "전문가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세계적인 사진축제와 교류를 통해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위상을 높이고 젊은 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도 올 행사가 남긴 성과"라고 설명했다.

◆운영 미흡은 옥의 티

행사가 열린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예술발전소, 봉산문화회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특히 주 전시 등이 열린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전쟁 속의 여성'이 개최된 대구예술발전소에 비해 봉산문화회관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해 행사 기간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주 전시보다 부 전시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 것도 옥의 티가 됐다. 주 전시의 경우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다 보니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전쟁 속의 여성'과 '만월: 하늘과 땅의 이야기' 등의 부 전시는 특정 주제를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힘을 발휘하며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전쟁 속의 여성'은 시의적절한 주제로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운영 미흡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행사 팸플릿 등이 화랑 등에 제때 제공되지 않아 화랑들이 행사를 홍보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행사 기간의 적절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이내 개막했다. 이에 따라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참여한 대구지역 주요 화랑들은 개막에 맞춰 전시 준비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 화랑 관계자는 "운영 미숙과 홍보 부족의 문제가 있었다. 행사 기간도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1주일 정도 늦추어 잡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과 조직 안정 급선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06년 시작되어 올해 5회째를 맞았지만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된 원인으로는 예산 부족과 조직의 불안정성이 꼽히고 있다. 그중에서도 돈이 제일 큰 문제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 행사 예산은 14억원이다. 40억원이 넘는 부산비엔날레 예산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행사가 끝나면 조직위원회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 인력을 대폭 감축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돈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조직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6명 가운데 5명은 올 행사를 앞두고 채용됐다. 게다가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업무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와의 마찰로 사무국장이 개막 두 달을 앞두고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이 공석인 가운데 조직위원회 직원 대다수가 행사를 치른 경험이 없다 보니 운영상 미숙한 점이 곳곳에서 노출되는 원인이 됐다.

주 전시 기획자 선정 과정도 정비되어야 한다. 베니스비엔날레의 경우 폐막식 직후 다음 행사 기획자가 선정되어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 제대로 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도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경우 2년마다 열리는 행사인데도 올해 초 주 전시 기획자가 선정됐다. 준비 기간은 6개월밖에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조직위원회가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조직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대구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광주시장이 이사장,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구자호 운영위원장은 "결산 보고를 한 뒤 곧바로 다음 행사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사가 열리지 않는 기간 조직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도 펼칠 필요가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예산과 조직이 우선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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