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일의 생각] 11월이 불안하다면

11월에 들어서자 주변에선 앓는 소리가 부쩍 늘었다. 수능을 앞둔 사촌 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 전선에서 혈투를 벌이던 친구들도 과정의 막바지에 신음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지인들은 "11월엔 공휴일이 없다"며 한탄한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불안하고 힘에 부치는 11월이다.

언제부터인가 11월만 되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11월에는 꿈과 현실이 마주했기 때문이다. 2년간 입시에 매달렸던 2007, 2008년 11월엔 가고 싶은 대학과 내 성적이 마주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매해 11월쯤엔 꿈을 현실에 비춰보곤 했다. 꿈은 현실 앞에 흔들렸지만 새로 시작하기에는 한 해가 다 간 것 같았다.

11월이 불안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 약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하다. 남들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두렵다"고 했다. 꿈이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주변에서 말하는 현실 앞에 무너질 때 힘들다는 의미였다.

동생의 심정에 공감했다. 내게도 꿈은 언제나 불안한 것이었다. 주변에서 강조하는 '현실' 때문에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신 있게 내뱉지 못했다. 학교 졸업을 미루며 기자 시험을 보러 다닐 때도 그랬다. 내 꿈에 얹는 주변의 말 한마디에 무너질 때가 많았다. "기자 준비 계속 할 거니?"라며 부모님이 던진 질문에 꿈에 대한 확신은 흐려졌고, 하나둘 사원증을 목에 거는 친구들의 회사 자랑에 내 꿈은 힘을 잃었다. "안 되면 뭐 할래?" "다른 계획은 없어?" 등 내 꿈을 약하게 만드는 말들에 부풀었던 꿈은 가시에 찔린 듯 언제나 '뻥' 하고 터졌다. 꿈에 대해 말할 때면 부풀었던 꿈이 터질 것에 대비해 두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해야 했다.

그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나는 "기자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한 뒤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그런데 '뻥'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친구는 오히려 부러운 눈빛을 하고 말했다. "너는 좋겠다. 확실한 꿈이 있어서." 그 순간 깨달았다. 내 꿈을 약하게 만들었던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가시를 들고 꿈을 터뜨린 사람도 나였다.

누군가는 "꿈을 가진 자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꿈을 가진 자는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 의해 내 꿈이 무너져 버릴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꼭 이루어야 하기에 누구에게도 내 꿈이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꿈을 위협할 것 같은 순간에는 스스로 꿈을 먼저 터뜨린다.

11월이 불안한 동생에게 "11월을 꿈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보내봐"라는 조언을 해줬다. 주변의 시선, 말들을 탓하며 스스로 꿈을 약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꿈을 이루느냐, 못 이루느냐는 스스로 꿈을 믿는지에 달렸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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