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블랙 프라이데이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미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영국의 청교도들이 미국 땅에서 처음 알곡을 거둔 후 이를 감사하는 기도를 올린 데서 유래한 날이다.

1960년대 필라델피아의 버스 기사들은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이 되면 지독한 교통지옥을 경험하곤 했다. 인파가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가 꽉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자 기사들로부터 '블랙 프라이데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1975년 무렵 필라델피아를 넘어 전국으로 퍼졌다. 도로는 엉망이었지만 유통가에 이날은 축복이었다. 미국 최고의 쇼핑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 됐다. 유통업계선 1월부터 11월까지는 적자를 내고 이날을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란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냈다.

이날부터 미국 쇼핑가는 대대적인 할인에 나선다. 대부분의 쇼핑몰은 이날 자정에 문을 열어 손님을 맞는다. 수많은 고객이 쇼핑몰 앞에서 개점을 기다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날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소비자나 유통업계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다.

내일로 다가온 블랙 프라이데이에 바다 건너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구매 및 배송대행업체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직구족(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이 크게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해외직구의 장점으로 싼 가격(67%)과 국내에 없는 브랜드나 상품(37.8%), 다양한 상품(35%), 우수한 품질(20.3%)을 꼽았다. 뒤집어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외국에 비해 상품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며 상품 브랜드나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품질도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400만 원대에 팔리는 국내 제조사의 55인치 초고화질 TV가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 200만 원대에 팔린다. 국내에서 90만 원대인 아이폰 6도 10만 원대(99달러) 판매가 예고돼 있다.

갈수록 해외직구는 늘고 우리 유통업계는 위축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똑똑해지는데 우리나라 유통업계는 기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한국인들도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즐길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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