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대거 철거위기

안전관리법 유예 내년 1월 종료…상당수 시설 유지여부 검사 곤혹

지은 지 20여 년 된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단지. 이곳은 올해 4월 단지 내 어린이놀이터 4곳에 대한 설치검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전문업체의 컨설팅을 받았다. 그 결과, 1개 시설물을 빼고 놀이터 내 시설물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설치검사 기한인 내년 1월 26일까지 대부분 놀이시설을 교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설치검사 불합격 판정을 받아 놀이시설 이용을 못 한다.

하지만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은 놀이시설 교체 비용 부담으로 공사를 미루고 있다. 공사비가 무려 7천만~8천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설치검사 합격이 예상되는 1개 시설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설물은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현재 놀이시설 교체 수요가 몰려 기한 내 공기를 맞추기 힘든데다, 교체 비용도 많이 올라 내년쯤 놀이시설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의 10년 이상 된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내년 초 어린이놀이시설을 사용을 못 하거나 철거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시설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많고, 공사를 미뤘던 아파트들은 교체를 하려 해도 자재 공급 부족 등으로 기한 내 공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모든 어린이 놀이시설은 유예기간으로 설정된 내년 1월 26일까지 설치검사를 끝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해당 놀이시설은 폐쇄되고, 대표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대구의 설치장소별 설치검사 미이행 현황'을 보면 ▷도시공원 10.2% ▷어린이집 2.2% ▷식품접객업소 15% 등이다. 하지만 아파트 등 주택단지의 미검사 비율은 이들보다 훨씬 높은 28.1%로 422곳에 이른다.

주택단지의 설치검사 미이행율이 높은 것은 비용 부담 탓이 크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 전에 지은 아파트가 설치검사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놀이시설 교체 및 보수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이 비용을 아파트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2004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 내 놀이시설은 안전인증 자체가 없어 전부 교체해야 한다. 교체 비용이 1개 놀이터당 2천만~3천만원이어서, 놀이터가 많은 아파트의 경우 많게는 7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구'군청에는 이와 관련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일부 아파트는 비용부담에 대한 주민 반감 때문에 설치검사를 못 하겠다고 하고, 어린이들이 별로 없는 데 비싼 비용을 들여 놀이시설에 대한 설치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따지는 곳도 있다"고 했다.

행정자치부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법 시행을 두 차례 유예했기 때문에 더 이상 유예할 수는 없다. 기한 내 검사를 못 받은 놀이터는 잠시 폐쇄하거나, 아예 없애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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