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스타 철학자의 산실이다. 그곳에서 이번에는 스타 경제학자가 등장했다. 1971년생, 젊은 나이의 '토마 피케티'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미국에서만 수십만 부 팔려나가며 저자를 '록 스타'로 불리게 만들더니 급기야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여기에 두 젊은이가 있다. A는 자산이 전혀 없는 대신 연봉이 1억이다. 반면 B는 연봉이 3천에 불과하지만 자산이 10억이다. 소비가 비슷하다는 전제로 당신이 A, B의 인생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물론 나는 뚜쟁이도 아니고, 라이프플래너도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정답을 제시해 줄 수는 없다. 다만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충 봐도 B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유리지갑과 가파른 인플레이션 더 나아가 A가 '1억' 인재가 되기까지 투입한 비용과 앞으로 해나가야 할 노력 등을 감안할 경우 되려 B가 조금 나아 보인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만약 많은 사람 눈에 A와 B가 비슷해 보이거나 혹은 B가 좀 더 나아 보인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신분 상승이 (적어도 한 세대만으로는) 불가능해진 사회가 되었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의사, 변호사, 대기업 사원 등 우리 사회에서 혼자 힘으로 될 수 있는 최고의 노동자일 A가, 고작 최하급의 자산가인 B에게도 시원스럽게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피케티가 이 시절이 도저히 '노동소득'으로 '자본소득'을 이길 수 없는 시대이며 앞으로도 그것은 계속 심화될 것이라 말할 때, 우리는 철저히 공감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가 제시하는 통계적 실증을 면밀히 이해해서가 아니다. 슈퍼 노동자인 의사나 변호사를 앞에 두고도 "아버지 직업이 뭐예요?"라고 확인하는 이 사회를 대부분의 우리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돌파해야 하기 때문일 터다.
피케티는 자본소득의 최상위층에 최대 80%까지의 소득세 부과를 주장한다. 반면 보수 경제학자들은 '약탈에 가까운' 소득세의 부과는 자본의 해외 이탈과 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 경고한다. 이 와중에 한 교수님이 자상하게 말하신다. "행복은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부자들을 증오하면서 돈을 빼앗으려 들지 말고,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사세요." 덧붙이길, "부자들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말고, 먼 과거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으세요."
전 세계가 동시에 부유세를 부과할 리도, 피케티 자신도 인정했듯이 (이제 혁명은 가능할 리도 옳을 리도 없으니) 우리는 이제 이 새로운 상속사회의 아름다운 교화에 설득당해야만 한다.
'라 돌체 비타!'
마당쇠도 아닐 진데, 우린 얼마나 행복한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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