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유천동 AK그랑폴리스에 살고 있는 주부 이모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들의 입학 통지서를 받고 황당했다. 초교 3학년인 큰아들이 다니고 있는 한샘초등학교가 아닌 새롭게 문을 여는 한솔초등학교로 배정된 것. 큰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신입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정원이 다 차 버렸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같은 집에 사는 형제가 다른 초교에 다닌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운동회며 각종 학교행사에 따로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씨처럼 달서구 월배택지 지구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한 지붕, 두 학교' 가정이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 입주로 학생들은 많아졌는데, 기존 학교는 정원이 다 차 더는 학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보니 신입생의 일부를 신설학교에 배정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여기에는 교육청의 섣부른 '공동통학구역' 지정도 한몫했다.
2012년 10월 개교한 한샘초교는 지난해 4월 입주를 시작한 AK그랑폴리스(1천669가구) 등의 학생들을 위해 설립됐다. 개교 당시만 해도 한샘초교는 AK그랑폴리스를 포함해 810가구의 계룡 리슈빌, 555가구 규모의
쌍용예가 학생들만 다닐 수 있도록 정해져 있는 '지정통학구역'이었다.
하지만 AK그랑폴리스의 입주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데다 인근 학교의 과밀화가 심해지자 교육청은 방침을 바꿔 각각 신월초교, 진천초교, 월배초교 3곳의 지정통학구역이었던 아파트 5개 단지의 초교 신입생들이 한샘초교에도 갈 수 있도록 '공동통학구역'으로 지정했다.
공동통학구역은 통학조건을 비교해 2개 이상의 학교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대구에서는 이 지역이 유일하다.
공동통학구역 지정 후 한샘초교 인근 8개 단지 아파트에서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올해 한샘초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7.3명, 3학년의 경우 평균 41명이 한 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대구 전체 초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 23.3명이고, 통상 25명이 넘으면 '과밀학급'으로 분류한다.
내년 한샘초교의 예상 신입생 수는 400명인데 졸업생이 126명밖에 되지 않아 '콩나물교실'은 더욱 빡빡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자 교육청은 AK그랑폴리스의 단지를 나눠 한쪽은 한샘초교로, 또 다른 쪽은 내년에 문을 여는 한솔초교(30학급)로 배정하는 해결책을 내놨다.
한솔초교로 배정받아 두 학교로 자식을 보내야 하는 부모들은 반발했다. 그러자 교육청은 다시 AK그랑폴리스 전체가 한샘초교와 한솔초교 중 원하는 학교로 갈 수 있도록 공동통학구역으로 변경하는 안을 꺼냈다. 한솔초교가 한샘초교와 같이 과밀학급 수순을 밟을지도 모르지만 우선 주민 반발을 달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방편만 내놓고 있다.
AK그랑폴리스 주민들은 "우리 아이들이 한솔초교를 가게 되더라도 또다시 과밀학급이 될지도 모르는데 교육청은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만 달래려 한다. 기존에 신월초교, 진천초교, 월배초교 등 다른 학군에 속하는 아파트들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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