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영국남자'로 유명한 조쉬 캐롯(Josh Carrott)이 올린 동영상 중에는 그가 런던 사람들에게 김치를 보여주고 맛을 보게 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있다. 김치를 처음 본 런던 사람들은 "고양이 밥 같다" "뭔가 이상하다(weird)"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포크로 김치를 한 조각 먹어 본 런던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반반이었다. 한국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거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본 경험이 있는 런더너들은 "맛이 괜찮다. 먹을 만하다"는 반응을 보인 데 반해 정말 김치를 처음 본 사람들은 "평소라면 먹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남자'의 동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 김치는 처음 본 외국인들에게 '도전정신'을 요구하는 음식 중 하나다. 외국인에게는 자극적일 수 있는 맵고 짠맛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첫 김치 경험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지금은 김치를 잘 먹으며,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 이야기에 입맛을 다시며 배고프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얼굴이 벌게지고, 삼키지도 못하고
콩고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을 온 뵨디 프랑크 키메타(30'대구대 정보통신공학) 씨는 한국에 온 지 이틀째 되던 날 김치를 처음 봤다고 했다. 키메타 씨는 김치를 처음 봤을 때 "색깔이 빨간 게 뭔가 맛있어 보였다"고 했다. 그런데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는 순간 그대로 뱉어버리고 말았다. "색깔과 다르게 맛이 너무 맵고 짜서 도저히 바로 먹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키메타 씨는 '김치 먹는 연습'을 시작했다. 첫날은 한 조각, 둘째 날은 두 조각으로 양을 늘리는 식으로 점차 늘려갔더니 지금은 한국사람보다 김치를 더 좋아한다고 자부할 정도로 김치를 잘 먹는다.
대구대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브리짓 메렛(44) 씨도 김치를 처음 맛보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메렛 씨는 한국행이 결정되고 나서 동네 근처 한식당을 찾아 김치를 처음 먹어봤다. 주변에 한국인들이 여럿 있어서 "한국인들은 김치 없이 못 산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고, 김치 먹기를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얼굴이 빨갛게 변하더니 점점 땀이 나기 시작했다"고 메렛 씨는 회상했다. 하지만 '한국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2주 내내 매 끼니마다 김치를 먹었고, 그 뒤로는 얼굴이 벌게지거나 땀이 나는 일은 없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김치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국인의 모습이 더 신기하다고 한다. 메렛 씨는 "대구대에 오기 전 다른 지역의 중학교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었는데 점심때 주변 선생님들이 다 내가 김치를 먹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키메타 씨는 한국인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한 시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렛 씨는 또 "한국의 서양 레스토랑에 김치가 피클과 함께 나오는 걸 보고 하도 신기해서 이를 SNS에 올리기도 했다"며 "이때 '정말 한국인들은 김치를 떼놓고 살 수 없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0년을 살아도 김치 담그기는 어려워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도 김치의 첫인상은 화끈했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라 김치와 연결되는 비슷한 음식문화의 고리가 있어 김치를 받아들이는 데 수월한 편이었다고는 하지만 김치 특유의 매운맛은 적응이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4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호우노바 페루자(36) 씨는 "우즈베키스탄에도 김치와 비슷한 '짐치'라는 음식이 있다"고 했다. 양배추와 고춧가루, 마늘, 소금으로 만든다는 '짐치'는 얼핏 들어도 우리의 김치와 비슷한 음식 같아 보였다. 그래서 페루자 씨는 "김치가 '짐치'보다 조금 더 매웠다는 느낌 빼고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김치 담그기'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산 지 10년이 다 된 주부인 윙 티 녹항(31'베트남) 씨는 "김치가 맛있긴 한데 혼자 만들려니 너무 어려워 시누이들이 담근 김치를 얻어먹을 때가 많다"고 했다. 윙 씨는 "김치 담그기를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만드는 과정이 복잡했고 잘못 만들어 아까운 재료를 버릴까 겁나서 혼자 김치 담그는 것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페루자 씨도 "아무리 시어머니 옆에서 김치 담그는 것을 보고 배워도 직접 하기는 쉽지 않더라"며 "겉절이 정도는 뚝딱 해내지만 김장김치를 하라고 하면 아마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이자 며느리로서 맞닥뜨려야 하는 '김장'이라는 연례행사에 대해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페루자 씨는 2주 전 시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했는데 "시어머니와 시어머니 친구분과 함께 만들면서 수월하고 재미있게 김치를 담갔지만 마지막 설거지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4년 전 우리나라로 시집 온 중국 동포 손명화(32) 씨는 "한국에 시집와서 김장을 처음 했을 때 이맘때쯤 김치를 담그시던 중국에 계신 외할머니가 생각났다"며 "지금은 중국 동포가 살고 있는 시골지역을 제외하고는 김장을 따로 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아직까지 이런 문화가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