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이슬람 제국의 술탄과 개

얘야, 너는 억울한 일을 당하였다면 어떻게 할 것 같니?

먼 옛날 이슬람 제국의 통치자인 한 술탄에게 충성스러운 한 대신이 있었어. 이 대신은 매우 현명하게 일을 잘 처리하여 높은 신임을 받고 있었어.

그러자 몇몇 신하들이 이 대신을 모함하기 시작하였어.

처음에는 믿지 않던 술탄도 하도 여러 사람이 자주 이야기하자 점점 대신을 의심하여 결국은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을 내렸어.

그런데 이 술탄의 사형 방식은 아주 특이했어. 술탄은 사나운 개들을 기르고 있었는데, 이 개 우리에 던져 넣어 개들이 물어뜯도록 했어.

대신은 정신을 가다듬고 술탄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어.

"위대한 이슬람의 통치자여, 저에게 열흘만이라도 시간을 주십시오. 그동안 빌린 돈은 갚고, 남은 재산은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알겠노라. 그리하라."

술탄의 마음은 이미 이 대신으로부터 떠나 있었지만, 그간의 정을 고려하여 대신의 사형 집행을 열흘간 미루어 주었어.

집으로 돌아온 대신은 당장 창고에서 금화 100닢을 꺼내 수렵장의 집으로 달려갔어. 이 수렵장이 술탄의 사나운 개들을 사육하고 있었어.

"나는 그동안 술탄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소. 마지막으로 이 개들을 돌볼 시간을 열흘간만 주시오."

"알겠습니다."

수렵장으로부터 간신히 승낙을 받은 대신은 그때부터 매일 개들에게 손수 먹이를 주고, 털을 빗겨주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해 개들을 돌보았어. 심지어 잠도 땅바닥에서 개들과 같이 잤어.

그러자 사납던 개들도 결국 대신과 친해져서, 대신이 움직이면 꼬리를 치며 따르게까지 되었어.

이윽고 열흘이 다 지나고, 예정대로 대신은 술탄과 많은 신하들이 보는 가운데 개들 앞에 던져졌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사나운 개들은 대신을 덮치는 대신 꼬리를 치며 춤을 추듯 대신의 주위를 맴돌았던 거야. 어떤 개는 대신의 어깨를 가볍게 물기도 하고, 또 어떤 개는 대신의 얼굴을 핥으며 장난을 치기도 했어.

"아니, 이럴 수가!"

술탄이 외쳤어.

"어찌 된 일인지 사실대로 말하라."

"네, 위대한 이슬람의 통치자여, 저는 열흘 동안만 이 개들을 돌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전하께서 지금 보고 계신 그대로입니다. 저는 그동안 30년 동안이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전하를 섬겨왔습니다만 그 결과는 간신들의 모함을 믿으시고……."

이 말을 들은 술탄은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어.

"그만! 내가 잘못했도다. 다시 옛날처럼 나를 도와주시오."

술탄은 대신에게 용서를 빌고 대신을 모함한 간신들도 넘겨주었어.

"이 간신들을 그대 뜻대로 처단하라."

그러나 대신은 그들을 너그러이 용서했어.

"지금부터라도 나라를 위해 모든 힘을 다 바쳐 일하기 바란다."

그래, 이 세상은 언제나 진실한 사람의 편에서 움직이는 것 같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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