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문화 행정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어 시민들의 세금이 곳곳에서 새고 있다. 제대로 된 계획과 검토 없이 성급하게 성과물을 내려다 보니 전시성에 머물거나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속출해 결국 그 과정에서 예산만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논란만 낳다 결국 이달 2일 최종적으로 건립포기로 결론이 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하 이우환 미술관)을 비롯해 설계비만 날리고 원점에서 내년도 사업으로 추진하는 예술창작실험공간 조성사업, 그리고 설치 초기부터 고장을 반복하고 있는 동성로 미디어아트 조형물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구시는 최근 이우환 미술관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우환 화백이 벌써 두 달 전 미술관 건립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 관련 예산 48억원을 포함시킨 예산안을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가 전액 삭감당하는 수모를 겪은 끝에 건립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적게 잡아도 20여억원의 예산이 낭비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구시는 두류공원 안 미술관 건립 예정 터 2천23㎡를 8억9천여만원에 사들였으며,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73)에게 미술관 설계를 맡겨 이미 5억원의 설계비를 지급했고, 추가로 10억원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 대구시는 "설계가 78% 상태에서 중단돼 있으므로 이에 따라 설계비도 75~80% 선만 지불하는 방안을 놓고 조정 중"이라며 "두류공원 터는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설계자 측은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어 법정에서 다툼을 벌여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두고 대구시 주변 일각에서는 "대구시의 졸속 행정으로 빚어진 문제를 설계자에게도 그 부담을 떠넘겨 몇 억원 절약하려다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내년에 추진될 예정인 예술창작실험공간 조성사업은 이미 수년 전 추진되던 사업 계획을 뒤집어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설계비만 날리는 결과를 낳았다. 대구시는 2009년 12월 설계 공모를 통해 19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창작교류센터 설계안을 확정지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몇 년째 착공을 미루다 결국 기존 아파트 뼈대를 유지한 채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비와 공모 시상금 5억8천만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대구시는 2015년 예산안에 이곳에다 15억원의 예산을 새롭게 투입해 힙합그룹이나 인디밴드를 위한 레지던시 및 창고형 공연 연습장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전문가는 물론 지역의 여론수렴 절차 없이 밀어붙이기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억7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전국 최초로 '움직이는' 미디어아트 조형물로 만들어진 중구 동성1길 옛 고려양봉원 앞 삼거리 동성로 미디어아트 조형물은 철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설치 초기부터 잦은 고장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었고, 최근에는 중구청과 대구시의원들로부터 "차라리 철거하라"는 지적마저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부실' 조형물은 관리비와 전기료만 연간 6천만원의 예산을 잡아먹고 있다.
동성로 미디어아트 조형물은 설계 당시부터 9억원의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관련 업계의 지적이 있었지만, 대구시는 컨소시엄 업체들에 대한 능력 평가는 배제한 채 시행업체를 선정했다가 잦은 고장만 되풀이하며 논란을 낳았다. 대구시 도시재창조국 관계자는 "현재 여러 의견을 수렴 중인 과정이며, 내년 KT의 선로 지중화 사업이 설계 중에 있어 여기에 따라 배전반 설치 공간으로 사용될지 아니면 조형물로 갈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정책을 수행하다 보면 되는 일도 있고 안 되는 일도 있을 수 있지만 대구시의 행정을 보면 사전 준비 부실, 여론수렴 부족 내지 생략의 밀어붙이기식, 사후 운영'관리대책 부재인 경우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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