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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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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민병도(1953~ )

사람은 저마다 저만 저울이라 한다.

산과들, 지는 꽃잎에 달빛마저 요량하며

서로가 마음에 숨긴 속셈마저 미루어 잰다

사람들은 모두 저가 추인 줄을 모른다

몰래 훔친 이름 하며 위선의 무게마저

알뜰히 제하고 남은 눈금인 줄 모른다

-시조집 『칼의 노래』, 목언예원, 2014.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가치 판단의 기준을 가진다. 자기의 기준이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시인은 그런 믿음을 착각이라고 한다. 자기의 저울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깨달음이 새삼 우리를 아프게 한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깨달음 뒤에 우리는 정의로울 수 있는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의롭다는 착각은 계속될 것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자신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멈출 수 없다. 시인이 일갈한 착각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낙양의 지가를 올린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억울한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게다. 통계적으로도 우리 사회는 자살률이 높고 소득의 불균형이 심하고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가 취약하다.

대법원에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조각상이 있다. 디케는 한 손에는 저울, 한 손에는 칼을 든 모습이다. 공정과 엄정을 상징한다. 법이 공정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공정은 어떤 것일까. 중립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산술평균적인 중간은 아닐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가셨다. 그분이 세월호 가족을 만나고 꽃동네 사람들을 만나시는 것을 보고 어떤 이가 중립을 지키라고 권유하였다. 교황은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곧 중립이라 대답하셨다. 교황님의 저울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널리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권서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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