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흡연자들이 분주한 12월을 보내고 있다.
이참에 끊자며 금연클리닉을 찾는 '금연파'가 있는가 하면, 끊을 자신이 없는데 부담이 될 것 같아 소매점을 돌며 미리 한두 갑씩 사모으는 '사재기족'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닌 흡연자들은 전자담배 가게를 들락거리며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참에 끊자
내년 1월 담배 가격 인상 앞에 가장 건전한 대응법은 금연. 주머니 사정과 건강을 생각한 흡연자들이 금연클리닉으로 몰리면서 대구지역 보건소는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구'군 보건소에 마련된 금연클리닉은 체계적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담배와의 결별을 선언한 흡연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곳에 가면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좋지 못한 영향, CO(일산화탄소) 측정, 니코틴 의존도 검사 등을 할 수 있고 니코틴 패치'사탕'껌 등 금연보조제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30년간 매일 1갑 반 정도 담배를 피운 조해원(61) 씨도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가족의 잔소리, 멈추지 않는 가래와 기침에도 끊을 생각이 없었던 담배였으나 담뱃값 인상은 부담돼 금연을 결심했다. 조 씨는 "한 갑에 2천원 오르면 한 달에 10만원은 더 드니 여간 부담이 아니다. 이참에 담배를 끊을 생각이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 각 구'군의 금연클리닉 등록자 수는 담뱃값 인상 발표(9월 10일) 후인 9월엔 2천303명, 10월엔 2천430명으로 발표 이전인 8월(1천398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월평균 등록자 수 1천100~1천500명보다도 훨씬 많은 인원이다. 시는 담배값 인상 직전인 이달엔 더 많은 금연도전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값이라도 더 사두자
담배를 끊지 못하겠다는 흡연자들에게도 비싸지는 담뱃값은 만만찮은 부담. 해가 바뀌면 2천500원짜리가 4천500원이 되니, 미리 한 갑이라도 더 사두자며 편의점, 마트를 전전하는 흡연자들도 많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 발표 후 사재기를 하면 엄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데다 담배를 미리 사 놓겠다는 흡연자들이 몰리면서 담배판매소의 진열장은 텅 비기 일쑤. 이에 마트 등은 한 번에 2갑, 대형마트는 2보루 이상 살 수 없도록 판매를 제한했는데, 사재기족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지푸라기 그러모으기' 식으로 발품을 팔고 있다.
김모(45) 씨는 "한 곳에서 두 갑 이상 팔지 않아 시간이 날 때마다 담배 파는 곳에 들러 담배를 사고 있다.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오르는 담뱃값을 생각하면 한 갑이라도 더 사는 게 경제적으로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아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9월 10일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후 담배 판매량은 큰 폭으로 늘었다. KT&G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담배 판매량은 152억 개비로 2분기(139억 개비) 대비 9.35%, 전년 같은 기간(145억 개비)보다는 4.82% 증가했다. 인상발표 후 담배 제조'수입 판매업체는 올해 1~8월 월평균 담배 반출량의 104%를 초과해 반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증가한 셈이다.
편의점업계도 담배 판매로 들썩이고 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인상 발표 후 판매량이 30~60% 뛰었다. 지난달 29일에는 2천원 인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A편의점의 경우 29, 30일 이틀간 국산 담배 매출이 전주보다 각각 16.7%, 11.6% 증가했다. B편의점 또한 같은 기간 매출이 전주보다 10.3% 늘었다.
◆전자담배로 바꾸볼까
전자담배도 비싼 담배의 대용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자담배는 5만~20만원. 이를 피우려면 담배액을 넣어야 하는데 20㎖(담배 10갑 분량)가 2만~3만원 수준으로 적잖은 돈이 들지만 인상될 담뱃값이 비하면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흡연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
9일 오후 중구 한 전자담배판매점은 밀려든 주문 때문에 전자담배와 담배액을 담은 상자 십수 개가 쌓여 있었다. 이곳 주인은 "담배값 인상 발표 후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전자담배 가격도 함께 뛴다.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의 세금이 담배와 똑같이 전자담배에도 부과되기 때문. 다만 담배는 한 갑당 세금이 부과되지만 전자담배는 니코틴 1㎖당 세금이 붙는다.
이에 니코틴을 해외에서 직접 구입해 담배액을 만드는 일명 '전자담배 김장족'도 생겨나고 있다. 권모(31) 씨는 "20㎖ 담배액이 보통 3만원 정도인데 니코틴 원액을 구입해 직접 만들면 5천원도 들지 않는다. 비율과 첨가물 등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있어서 제조하기 어렵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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