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 가치, 안동에서 찾다] ⑨'안동학'을 만든 한국정신문화 수도

중국서 건너온 주자학, 퇴계 선생 만나 한국적 성리학으로 탈바꿈

안동을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한다. 안동은 '정신문화' '인문가치' 등 21세기 미래 지구촌의 철학과 정신문화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이끌어갈 다양한 가치들을 '유교'를 대표로 한 안동의 문화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나 노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엄재진 기자
한국정신문화수도 선포 8주년 기념식과 표지석
한국정신문화수도 선포 8주년 기념식과 표지석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상징적 이름은 이제 일반화된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신문화' '인문가치' 등 21세기 미래 지구촌의 철학과 정신문화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이끌어갈 다양한 가치들을 안동의 유교 문화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안동지역 학자들은 퇴계 선생을 필두로 중국에서 건너온 주자학을 한국적 성리학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우리 사회에 걸맞도록 정착시켜 수백 년을 이어오도록 했다. 종가와 종손'종부 등 종가문화가 골골마다 지켜져 내려오고 숱한 박물관과 연구소 등은 퇴계 선생의 철학과 삶을 통해 현대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배우고 있다.

안동시는 이 같은 정신문화 가치를 미래가치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시설들을 설치하고 있으며 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인문가치를 세계적 철학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안동, 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인가?

안동이 '한국정신문화 수도'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갖게 된 것은 특허청에 등록을 하게 된 2006년 7월부터다. 특허청이 '한국정신문화 수도'라는 이미지 브랜드 등록을 받아주고 인가해준 것은 안동이 그만한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는 도시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동시는 특허 등록되기 이전이었던 2004년부터 '한국정신문화 수도 안동'이라는 명칭을 비공식적으로 사용했으며 언론을 중심으로 한 안동 홍보활동에도 이를 적절히 활용해 왔다.

안동이 한국정신문화수도라 주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안동이 유교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안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개의 서원을 보유, 학문을 닦던 선비정신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는 안동향교 사회교육원, 한국국학진흥원 국학 시민 교양강좌, 안동문화원 문화대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등 85개 평생교육기관에서 매년 5만여 명이 평생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안동은 2003년 중앙정부로부터 대구경북 최초의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됐다.

안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운동 발상지다. 1894년 안동의병을 독립운동의 최초기록으로 보기 때문이다. 상해임시정부 국무령인 이상룡 선생, 국민회의 의장인 김동삼 선생 등 독립유공자 700여 명, 훈'포장 310명을 배출해 낸 도시가 바로 안동이다.

안동은 산재해 있는 여러 가지 전통과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안동학'(安東學)으로 발전시키는 등 문화적 정신적 토대가 갖춰져 있다. 안동학은 다양한 문화를 면밀히 탐구해 우리 정신의 특징과 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지역학의 독자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세계유산등록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하회마을 세계유산 등재 5주년을 앞두고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을 '한국의 서원'에, 봉정사를 '한국의 전통산사'에, 한국국학진흥원의 유교 목판을 '세계기록유산'에,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해 국격을 높이고 안동문화의 다양성을 전 세계에 알려나가는 작업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김휘동 당시 안동시장은 한국정신문화수도 선언문에서 "전통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21세기적 문화운동의 뜻 깊은 첫 걸음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촌, 한국학 가운데 '안동학'에 높은 관심

안동학은 유서 깊은 전통문화와 내력을 지닌 안동 지역의 문화를 연구, 한국문화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1969년 안동대학교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안동문화연구소'에서 2천 년 대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학문적으로 정립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요즘 국제 학술계가 한국학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학은 그동안 중국학과 일본학에 밀려 홀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한류(韓流) 열기에 힘입어 한국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학 가운데 유교 문화의 중심지 안동 지역의 문화를 연구하는 안동학과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의 학문 세계를 탐구하는 '다산학'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안동학을 학술적으로 연구해온 한국국학진흥원은 안동학과 각국의 지역학 연구 사례를 비교 분석해 안동 문화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의 성격과 특징을 규명해왔다.

안동학 연구를 한국국학진흥원에 처음 제안한 곳은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였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를 시작으로 중국 안휘대 휘학(徽學)연구중심,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등 공동 연구 기관을 확대해 왔다.

2012년 6월에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안동학 국제학술대회'가 마련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한류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와 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학연구자들이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을 연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학술대회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안동문화가 지구촌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평가받는지를 검증하고, 안동문화가 지구촌사회에서 인정받고 공헌하는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측면을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우단 중국 상해사회과학원 교수는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를 중심으로 안동지역 사대부계층에서 철학적 진리는 형해화된 관념이나 추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작동하는 구체적 현실이었음"을 밝혔다.

김종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발표문 '안동지역 유교문화의 형성과정과 특징'을 통해서 처사형 선비문화를 형성했던 안동의 유학자들이 오히려 19세기 말∼20세기 초에는 유교문화에 대한 반성과 이에 따른 유교개혁 또는 계몽운동에 치열하게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안동학에서 전통문화와 서구문화의 조화 가능성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문화융성, 안동은 시대 이끄는 문화도시

안동에는 무형문화재 제69호인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오늘까지 전승되고 있다. 안동시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 등 우수한 민속문화를 바탕으로 1997년부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6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평가받았고, 2007년부터 3년 연속 전국 1천200여 개 축제를 대표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대표축제로까지 발전했다. 지금은 명예 대표축제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탈춤축제를 보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100만 명 관람 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안동지역을 국제적 문화도시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안동에서 개최된 '국제민간문화예술교류협회'(IOV) 185개 회원국 총회에서 '올해의 세계최고 축제' 자격 인증패를 받고, 2006년에는 세계 54개국 130개 단체가 참여하는 '세계탈문화예술연맹'(IMACO) 창립을 주도해 세계적인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안동지역에는 몇 해 전부터 고택과 그 주변의 자연경관을 무대로 삼아 국악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 '고택실경뮤지컬'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새로운 문화적 장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의 통치를 부정하며 단식 24일 만에 순국한 향산 이만도 선생과 그의 며느리 김락 여사를 중심으로 안동의 애국정신을 담은 '락, 나라를 아느냐'와 퇴계 선생과 기생 두향이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450년 사랑'이 최초의 실경 뮤지컬이었다.

이들 국악뮤지컬은 지역의 우수한 고택 자원과 스토리 자원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콘텐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타지역과 차별화된 문화콘텐츠 발굴로 고택체험 홍보와 더불어 체류형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후 안동지역에는 앞서 언급했듯 안동의 자연과 실경을 무대로, 안동만이 자랑할 수 있는 역사적 콘텐츠를 활용한 실경 뮤지컬과 고택음악회 등이 활발하게 마련되면서 그야말로 문화 르네상스를 자랑하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수백 년을 이어오는 고유의 지역문화를 활용해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는 우리 지역은 단순한 관광산업 연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머물지 않고 잃어버린 우리 민족문화, 정신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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