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치아 관리

어차피 빠질 젖니? 놔두면 성장·발음 장애!

어린이들의 치아는 뿌리가 얕고 무르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나 충치에 약하다. 어린이 치아 건강을 유지하려면 1년에 2, 3차례는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경북대치과병원 제공
어린이들의 치아는 뿌리가 얕고 무르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나 충치에 약하다. 어린이 치아 건강을 유지하려면 1년에 2, 3차례는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경북대치과병원 제공

주부 황모(41) 씨는 얼마 전 아이를 돌보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원체 극성맞은 여섯 살 난 아들이 장난을 치다가 식탁 모서리에 입을 부딪힌 것. 아이는 윗니가 쑥 빠지며 피를 흘렸고, 황 씨는 급한 대로 빠진 치아를 우유에 담근 뒤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었다. 다행히 아이는 빠진 이를 원래 자리에 재이식하고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의 젖니는 뿌리가 얕고 무르기 때문에 충치나 외부 충격에 약하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부딪히거나 넘어져 이가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 음식을 좋아하고 간식을 즐기는 식습관은 충치를 부추긴다. 어린이들의 치아 건강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젖니가 빠지더라도 영구치가 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젖니가 외부 충격이나 충치로 일찍 빠지면 영양섭취 문제로 성장 저하나 발음 이상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져 어른이 돼도 치열이 고르지 않게 된다.

◆젖니부터 충치 관리해야

젖니는 생후 6~8개월쯤 아래 앞니부터 돋아나기 시작해 만 1세를 전후해서 위아래 앞니가 모두 나온다. 30개월이 지나면 대개 젖니 20개가 모두 난다. 젖니가 나면서 젖을 떼고 다양한 음식물을 씹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유아기의 성장과 발육에 중요하다. 또 더 크고 튼튼한 영구치가 자리 잡을 공간을 확보하고 나올 길을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만 6세가 되면 영구치 어금니가 나기 시작하면서 8~12세에는 젖니 대부분이 빠지고 영구치로 교체된다.

충치는 대개 치아가 나온 지 4년 이내에 가장 많이 생긴다. 충치는 입 안에 있는 세균이 탄수화물이나 당분을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산에 의해 치아가 녹는 현상이다. 아이들의 치아는 어른에 비해 약하고 무르다. 충치에 저항하는 치아의 사기질은 침 속에 있는 칼슘이나 인이 달라붙으면서 점차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약한 어린이들의 치아는 어른에 비해 충치도 굉장히 빨리 번진다.

따라서 식사나 간식을 먹고 나서 충치균의 먹이가 되는 음식 찌꺼기가 입 안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3분 이내에 이를 닦아야 한다.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치아에 잘 들러붙는 비스킷 종류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젖니는 충치가 신경까지 침범해도 아프지 않을 수 있다. 6개월에 한 번씩 치과를 찾아 충치를 조기 발견하고, 정기적으로 치아에 불소 도포를 하면 충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친 치아 방치하지 마세요

아이들에게 세상은 위험투성이다. 어른들에게 맞춰진 가구나 물건들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치아가 부러지거나 욕실에서 변기나 세면대에 부딪혀 치아가 빠지기도 한다. 장난감을 입에 물고 놀거나 식탁에 부딪혀 치아를 다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들의 치아는 걸음마를 시작하는 2~4세 사이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또래와 집단생활을 시작하는 6~10세 사이에 자주 다친다. 영구치는 외부 충격을 받으면 대부분 부러지지만 뿌리가 얕은 젖니는 주로 밀리거나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젖니가 외부 충격으로 빠지게 되면 치열 전체의 맞물림이 어긋날 수 있다. 어린이의 앞니가 나는 턱뼈 안쪽과 치아뿌리도 발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외상을 입을 경우 영구치의 발육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가 손상된 모습은 공격적으로 보이거나 빈곤, 비위생 등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치아가 빠진 상태를 방치하면 험한 인상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위축되고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돼 자존감을 잃기도 한다.

◆치아 빠지면 우유에 담가 병원으로

만약 치아가 빠졌다면 적절한 응급조치와 빠른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빠진 치아라도 보관 상태에 따라 다시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빠진 치아는 건조되지 않도록 우유나 생리식염수 등에 담가 30분 안에 병원에 가져가야 한다.

빠진 치아를 닦겠다며 솔이나 천으로 문지르면 안 된다. 화장지나 천으로 감싸는 행동도 금물이다. 이는 치아와 잇몸뼈를 연결하는 치주인대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물질이 묻었다면 생리식염수나 흐르는 물에 살짝 씻는 것은 가능하다. 가벼운 치아손상은 레진이나 라미네이트 등으로 치료하고, 많이 손상됐을 때는 신경 치료를 한 뒤 크라운으로 씌우기도 한다.

치아가 흔들리는 경우에도 바로 치과로 가야 한다. 흔들리는 치아를 주변 치아에 고정해서 흔들리는 치아가 잇몸뼈에 붙도록 할 수 있다. 치아가 부러진 경우에도 정밀검사를 통해 부러진 치아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부러진 치아 조각은 가져가는 것이 좋다. 특히 큰 조각으로 부러졌다면 대부분 붙일 수 있다. 부러진 치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신경이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외부의 충격에 의해 곪을 수 있다.

경북대치과병원 소아치과 남순현 교수는 "겉으로는 멀쩡한 치아도 내부 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 별다른 통증이 없지만 내부에서 신경이 곪으면서 치아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기거나 치아가 변색될 수 있으므로 충격을 받았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경북대치과병원 소아치과 남순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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