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肝 떼준 아들 서울대 입학 "성적이 올해 더 나아졌어요"

포철고 졸업생 오용석 군의 행복한 인생

오용석 군이 수술 후 아버지와 다정히 앉았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밝은 표정의 오 군. /오재일 씨 제공
오용석 군이 수술 후 아버지와 다정히 앉았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밝은 표정의 오 군. /오재일 씨 제공

아들의 서울대 합격 소식에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혔다. 곁에서 말없이 웃고 있는 아들에게 "축하한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온 가슴을 다해 꼭 껴안아주었다. 대학 합격에 '축하'를 전했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내어준 그 마음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오재일(47'포스코강판 근무) 씨의 아들 용석(19'포항제철고 졸업) 군은 올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시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 오 씨의 눈물은 세상 모든 사람이 부러워한다는 서울대 합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멀쩡한 간을 70%나 잘라 아버지에게 이식해 준 그 아들이, 수술 후유증을 앓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공부해 고교 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둔 그 아들이, 합격 소식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학비를 벌겠다며 아르바이트에 나선 그 아들이 그저 고마웠다.

해외 출장을 갔다가 18일 "방금 공항에 도착했다"는 아버지 오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2년 새 부자(父子)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봤다. 아들이 간경화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를 위해 간 이식을 결심한 것은 지난 2013년 8월 무렵. 포철고 3학년이던 아들은 수능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있었다. 이대로만 공부하면 꽤 이름난 대학에 문제없이 합격할 정도의 성적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아버지의 병세를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반대했다. 병원에선 간 이식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지만, 어린 아들의 희생을 감당할 수 없어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아들이 직접 나서 아버지를 설득했다. "아버지가 저를 낳아주셨잖아요. 아버지가 없으면 우리 가족도 없어요." 아들은 아버지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해 회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회복시간이 부족했던 오 군은 2014학년도 수능에서 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 한 순간도 수술을 후회한 적은 없다. 아버지의 건강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기에.

오 군은 이듬해 더욱 이를 악물었다. 자신 때문에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학창 시절보다 성적이 20% 이상 오를 만큼 집중력을 발휘했다. 학창 시절 오 군은 전교 400여 명 중 120~130등 정도. 3학년 담임이던 전문희 교사는 "우리 학교가 자율형사립고이다 보니 용석이의 성적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서울지역 괜찮은 사립대는 충분히 갈 성적이었지만 서울대 합격까지는 힘들었다"며 "수술 후유증도 컸을 텐데 지난 1년간 용석 군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음이 워낙 착해서 포스코교육재단에서 '인성 우수상'까지 받았는데, 이런 좋은 성적까지 거두다니 정말 기쁘다"고 했다.

오 군은 대학 합격발표 이후 다니던 재수학원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강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아버지는 그동안 고생한 아들이 편하게 쉬기를 바랐지만 "대학 등록금은 제가 마련하겠다"며 오히려 더 크게 웃는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해 그저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오 군은 "아버지의 건강도 되찾고 제 꿈도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 대학 생활이 한 해 늦어지기는 했지만 자식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기에 후회는 없다"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국내 최고의 보안전문가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