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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無常은…허무주의(X) 긍정주의(O)…『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국보 83호 금도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83호 금도미륵보살반가사유상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이일야 지음/담앤북스 펴냄

평범한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오해하거나 혼동하기 쉬운 주제들을 비교나 대비를 통해 바르게 설명하는 책이다. 무상, 무아, 행복, 업, 해탈, 공즉시색, 여여(如如), 보살, 성속불이 등 우리가 불교와 관련해 흔히 접하는 20가지 주제를 정해 대비나 비교를 통해 그 안에 든 의미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흔히 불교의 '무상'을 삶과 자연에 대한 허무함으로 오해한다. 가령 벚꽃이 비록 아름다우나 지고 나면 그뿐이고, 벚꽃이 진다고 한들 다음에 또 필 것이니 아쉬울 것도 없다. 혹은 인연이 비록 소중하나 헤어지면 그만 아니냐 하는 식이다.

지은이는 "우리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염세주의나 허무주의는 불교가 아니다. 무상이란 용어 때문에 불교를 허무주의로 오해하지만, 이런 오해는 무상이라는 말에 담긴 삶의 적극성과 긍정적 모습을 잘못 이해한 데서 생겨났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무엇일까.

'벚꽃이 영원하기를 바란다거나 지나간 인연과의 이별이 덧없다고 해서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은 불교적 대안이 아니다.'-42쪽-

지은이는 불교에서 무상은 '삶은 무상하므로, 지금이라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소중하게 가꿔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본다면 무상은 과거나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다. 가령 부모님의 삶은 무상하기 때문에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실천 역시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윤회'다. 윤회(輪廻)란 태어나고 죽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의미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도 윤회하는 삶의 한 과정에 있는 셈이다. 윤회는 원래 인도인의 삶에 내면화된 사유체계였다. 인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앞서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지금 삶이 고통스러우면 전생에 악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고, 금생에 선한 일을 많이 하면 내생에 지금보다 좋은 세계에서 태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불교는 이런 인도인의 전통사상을 받아들였다.

지은이는 "윤회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면 현재 겪는 고통의 원인을 성찰하기보다는 전생의 업이나 팔자 탓으로 돌리기 쉽다" 면서 "윤회를 우리 삶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순간순간 윤회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실존과 관련지어 윤회를 이해하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 언제나 배고픈 아귀, 축생의 세계 삼악도, 싸움이 끊이지 않는 아수라, 사바세계인 인간계, 고통보다 즐거움이 많은 천계 등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일본 임제종의 고승 백은 선사와 한 무사의 이야기는 현재적 '윤회'를 이해하는 좋은 예다. 어느 날 무사가 선사를 찾아와 지옥과 극락에 대해 물었다. 선사는 그것도 모르느냐며 놀렸다. 이에 화가 난 무사가 '자꾸 놀리면 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선사는 계속 놀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무사가 칼을 휘둘러 선사를 베려고 했다. 선사는 칼을 피하면서 "지금 그 마음이 바로 지옥이다"라고 했다. 이에 무사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선사는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고 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 칼을 휘두를 때 무사는 화탕지옥(火湯地獄)에 있었으나 깨닫는 순간 윤회의 사슬을 끊고 마음의 평화가 가득한 극락을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74∼83쪽-

불교에서 말하는 '업설'(業說) 역시 숙명론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다. 콩 심은 데 콩 나는 것처럼 행위에 따른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런 점에서 업설은 숙명론이 아니라 올바른 윤리의 기초이며,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말"이라며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삶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마땅히 감수한다는 것이 업설이다"고 말한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 2부는 불교를 주제로, 3부는 종교학이라는 주제를 통해 불교를 바라본다. 20개의 주제를 정해 따로 묶었으므로 먼저 마음이 가는 대로 펼쳐서 읽어도 좋겠다. 지은이는 전북대, 전주교육대, 송광사 승가대학에서 철학과 한국불교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전북불교대학 연구처장이다. 238쪽, 1만2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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