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에게 취업은 쉽지 않은 길이다. 중소제조업체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애가 탄다. 인력난에 대한 해답은 경력단절 여성에게서 찾을 수 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기술'을 가르치면 생산현장에서 좋은 '일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희망을, 중소기업에 인력을 제공하기 위한 분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경력단절 여성의 채용을 통한 인력난 해소 가능성을 짚어봤다.
자동차부품업체인 ㈜화신정공은 최근 수년간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처리해야 할 주문은 쌓이고 있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러던 중 2013년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계전자부품조립 및 품질관리 인력양성과정을 듣고 직접 교육장을 찾아갔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 여성들이 선반작업뿐 아니라 CAD, 도면해독, 치수측정 등 현장에서 하는 모든 과정을 실무로 교육받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기계조작 등에서 여성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해 부족한 일손을 채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중소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대안으로 '경력단절여성'이 떠오르고 있다. 단순 업무에서 나아가 '기술'을 습득한 경력단절여성이 현장에서 환영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을 채울 수 있고 경력단절여성에게는 일자리가 생겨 쌍방이 윈-윈할 수 있다.
◆지역 중소제조업체 인력난 심각
대구경북지역 중소제조업체들은 생산현장에서 일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지역 주요 산업이 자동차부품과 기계부품, 섬유 등은 현장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필요 인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끼리 사람을 빼갈 정도로 인력난이 심하다"며 "기술이 조금 좋은 직원이 있다는 소문만 돌면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해가는 정도다"고 말했다.
대구고용노동청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대구경북 지역 업체들이 정상적인 경영 및 생산활동을 위해 추가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력(부족인원)은 대구 1만1천674명, 경북 1만2천691명으로 나타났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구인인원, 채용인원, 채용계획인원 등 통계지표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지역 내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인력부족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황이다. 대구의 인력부족률은 지속적으로 전국 평균을 밑돌다 2013년 1/4분기 3.2%로 전국 평균(2.9%)보다 높아진 뒤 최근 조사인 2014년 1/4분기까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그래프)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서도 지역별 인력부족률(2013년 기준)이 대구는 4.1%로 수도권 다음으로 높았다.
직물 검사소인 TQIC는 12대의 장비를 돌리는 데 최소 24명의 인력과 보조'관리감독자까지 27명 이상 생산현장에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23명의 검사인력이 전부다.
이곳 김현옥 대표는 "그나마 지금이 비수기인데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면서 최대한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라며 "검사기술을 습득한 이들만 있다면 언제든지 고용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인력난 해법은 '경력단절여성'
이 같은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단비처럼 떠오르는 것이 '경력단절여성'이다. 젊은 구직자들은 대기업을 선호하거나 높은 임금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경력단절여성은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서다. 특히 지금까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이 일반 음식업과 서비스업종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제조현장에서 원하는 '기술'을 습득한 '기술 여성'이 배출되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그동안 여성들은 기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장에서 일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지원하지 않았다. 또 공장에서도 여성을 채용해 처음부터 가르쳐서 일을 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선행교육을 받을 길이 열리면서 기업주들도 경력단절여성 채용을 반긴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으로 섬유 원단 검사 및 품질관리 전문인력 양성에서부터 성서산업단지 기업을 위한 기계'전자분야 인력양성까지 '기술' 위주의 교육을 했다. 또 여성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조업체 대표가 직접 찾아와 강의를 하는 한편 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대구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 정미희 관장은 "기술을 배운 여성은 회사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고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어서 성공적으로 취업에 안착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가스계량기 제조회사 지텍산업은 제품의 조립과 검사에 경력단절여성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인력난을 해소했다.
최문규 공장장은 "오히려 현장에서 남자보다 주부들이 더 잘하는 분야가 있다"며 "선행 기술을 습득한 경력단절여성은 현장에 적응도 빨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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