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먹고살게 해줬으니 이웃과도 나눠야죠."
이달 5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쾌척, 대구 37호 아너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린 최창규(77) 씨. 35년 전 신발 한 켤레로 시작한 그의 나눔정신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조금씩 커졌다.
1억원을 전달하며 늘 품어왔던 '어려운 이웃에게 좀 더 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숙제를 이제야 푼 것 같다는 최 씨. 그는 이게 끝이 아니라 자신의 기부 인생의 반환점을 돈 것뿐이라며 이웃사랑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웃과 나누며 산다는 것이 주는 기쁨은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고, 그 이웃의 얼굴에 퍼지는 미소는 저에게 더없이 큰 행복을 줍니다. 때마침 올해는 제가 대구와 인연을 맺은 지 꼭 50년이 돼 큰 이벤트를 한 것이 됐지만, 앞으로도 더 나누는 삶을 이어가겠습니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최 씨는 1965년 대구에 왔다. 10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서울 신발 유통업체에서 일하며 쌓은 노하우로 대구 중구 반월당에 작은 신발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지역감정이 심했던 그 시절에는 '전라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전라도 사람 물건은 받지도 말라'는 말이 횡행하는 업계의 텃세를 이겨내는 방법은 성실함뿐이었다. 최 씨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15년을 노력했다. 마침내 대구에서 내로라하는 신발도매상으로 사세를 키웠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어느 순간 주위 사람들이 보였다. 35년 전인 1980년 겨울 새벽, 최 씨의 눈에 환경미화원의 낡은 신발이 들어왔다. 털이 달린 신발을 그에게 선물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눔의 기쁨을 느꼈다. 고마워하는 환경미화원의 얼굴을 본 최 씨는 주변을 더 살피게 됐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는 소년소녀가장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후원하고 지역 복지관에 성금을 내면서 나눔의 눈덩이를 키워갔다.
매일신문의 '이웃사랑' 코너에 꾸준히 성금을 보내고 있는 최 씨는 이 밖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 어린이재단 등 10여 곳에 정기적으로 성금을 보내고 있다. 그의 연간 기부금액은 2천만원에 이른다.
"대구는 저의 청춘을 바친 곳입니다. 더불어 잘 먹게 해줬고, 아이들이 무탈하게 자라게 해줬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몇 군데 기관에 얼마 안 되는 돈을 보내왔습니다. 성금은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하려는 마음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더 기쁩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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