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청도고등학교(교장 강경애) 강당. 졸업식 시간에 맞춰 전동휠체어를 탄 김명경(19) 양이 식장 맨 앞쪽으로 들어왔다. 명경 양은 졸업반 친구들과 축하 인사를 나눴다. "친구야, 혼자 공부하면서 대학까지 거뜬히 합격하고, 정말 축하해. 앞으로도 자주 만나자…." 보일 듯 말 듯 명경 양이 미소로 화답하자 친구들은 까르르 웃으며 'V' 자를 그려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졸업식에서 감격의 졸업장을 받은 주인공은 3학년 2반 김명경 양이다. 이날 졸업식에서 수발을 도맡은 엄마 배현주(46'청도군 화양읍) 씨는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다. 명경 양이 졸업장을 받을 때 친구들과 교사, 그를 도운 여러 사람들은 가슴 뭉클해했다.
초등학교부터 근이영양증이라는 난치병을 앓으며 학교를 다닌 명경 양은 고교 졸업뿐만 아니라 대학에까지 합격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 창작예술문학과에 진학한 명경 양은 특별장학금 100만원을 받았다.
명경 양이 앓는 병은 근육을 유지하는 단백질의 결핍 때문에 팔, 다리 등의 근육이 굳어져 움직일 수 없는 병이다. 아직 치료약이 없고, 단지 근육의 약화를 늦추는 정도의 물리'재활치료가 전부다.
혼자서 거동이 어려운 명경 양의 기적 같은 졸업과 대학진학은 엄마를 비롯한 같은 반 또래 도우미학생과 특수교사 석철욱(35) 씨, 특수교육 실무사, 청도 무선 112봉사대원 등이 함께했다. 또한 명경 양이 친구를 좋아하고, 먼저 배려하는 성격도 크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엄마 배현주 씨는 "명경이는 매사에 '초긍정'"이라며 "하루 종일 마주 보고 얘기해도 즐겁다. 오늘 하루 최대한 보람차게 지내자고 자주 얘기했다"고 미소지었다.
명경 양은 엄마의 차로 등교하면 그때부터는 교사와 실무사, 반 친구들이 도왔다. 국어, 영어, 수학을 듣고 싶어하는 명경이를 위해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았다. 그렇지만 친구들은 서로 학습 도우미, 급식 도우미를 자처할 정도로 명경 양의 인기가 대단했다.
유치원부터 같이 다닌 친구 최예진(19) 양은 "혼자 공부하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정말 뿌듯하고, 늘 우리 곁에 있던 명경이의 미래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친구들은 "매년 명경이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며 수다를 떨고, 노래도 부른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명경 양은 이제 새로운 무대와 도전 앞에 섰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즐기며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배운 명경 양에게 '작가'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1명을 뽑는 창작예술문학과 장애인전형에 합격한 명경 양은 엄마와 함께 대학이 있는 경기도 안산으로 옮겨가 새로운 삶에 도전을 시작한다.
명경 양은 "훗날 작가가 되어 멋진 작품을 쓰고, 그 작품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날이 오도록 열심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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