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 쓰는 지점장' 김범식 NH농협은행 청송군지부장

자신 경험 바탕 '돈키호테…' 펴내

"현직 은행 지점장으로 소설을 쓴 사람은 제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해 주말에 쉬지 않고 썼더니 장편소설까지 쓰게 됐습니다."

최근 NH농협은행 청송군지부에 부임한 김범식(54) 지부장은 금융계에서 '소설가'로 통한다. 대구경북을 통틀어서 현직 금융 지점장이 소설책을 펴낸 적은 없다. 김 지부장은 지난해 자신이 농협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설 '돈키호테 지점장'을 펴냈다.

김 지부장의 소설 '돈키호테 지점장'은 주인공 김강산이 열악한 돈키호테지점의 지점장으로 발령받으면서 생긴 다양한 일화를 담았다. 돈키호테라는 지점 이름처럼 김강산 역시 돈키호테적 성향이 있다. 주인공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행동으로 실적을 쌓아가고 다른 지점과 합병되기 직전의 '꼴찌' 지점을 지역 최고로 끌어올리게 된다는 것이 소설의 주된 골격이다.

김 지부장은 "2012년 2월 농협 경산시 중방동지점장으로 발령났을 때의 경험담을 소설로 옮겼다. 당시에 중방동지점은 매우 열악했다. 경영상황이 어려워 다른 지점과 합병까지 고려되기도 했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당시 중방동지점장으로 부임하면서 지점을 정상화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지점장이란 타이틀을 벗고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 금융상품 마케팅을 펼쳤다. 고전문학을 좋아했던 그는 농협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고전의 문구나 시 등을 인용한 편지를 썼다. 김 지부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고객들은 매번 김 지부장의 글을 읽고 반응을 보이거나 공감했고 한두 달이 지나면서 그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금융상품을 제안하니 순조롭게 가입이 됐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나는 문화마케팅이라고 말한다. 문학적으로 서로 공감을 이끌어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하게 된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다가가면 업무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돈키호테 지점장'에는 김강산이 고객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여름에 아이스크림 상자를 어깨에 메고 거래처를 방문하거나 목욕탕에서 이름 모르는 사람의 등을 밀어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식당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적금을 추진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김 지부장은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문화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경험을 살려 소설을 써내려 간 것이다. 지금은 그의 소설이 금융업계에 좋은 지침서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그의 소설은 3천 권 이상 팔려나갔다. 3쇄까지 찍으면서 웬만한 도서관에도 그의 책이 비치돼 있다.

소설 '객주'의 작가이며 동향인 청송 출신인 김주영(76) 씨는 서평을 통해 "고전의 지혜를 현대시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 마케팅이라는 은행 업무에 접목하여 성공한 사례를 문학으로 승화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김 지부장은 "현재는 금융인으로 다시 돌아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퇴직 후에는 전문적인 소설가로 활동할 계획"이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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