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한(漢)나라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 권모편(權謀編)에 나오는 내용으로 화근을 없애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뜻이다.
어떤 나그네가 한 집을 지나가다 굴뚝을 곧게 세우고 곁에는 땔나무를 잔뜩 쌓아 놓은 것을 보고 "굴뚝을 구부리고 쌓여 있는 나뭇단을 옮기시오. 그러지 않으면 불이 날 수 있습니다"라고 주인에게 충고하였다. 주인은 귀담아듣지 않았고, 며칠 뒤 그 집에 불이나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불을 겨우 껐다. 집주인은 감사의 표시로 이웃을 초청하여 잔치를 벌였는데, 굴뚝을 구부리라고 충고한 사람은 초대하지 않았고 불에 많이 덴 사람만 초대하여 상석에 앉혔다.
이에 한 사람이 시를 한 수 지었다.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충고한 사람에게는 은택이 가지 못하고 불에 덴 사람만 상객이 되었구려(曲突徙薪 無恩澤 焦頭爛額 爲上客耶: 곡돌사신 무은택 초두난액 위상객야)."
주인이 비로소 깨닫고 그 사람도 초대했다는 이야기이다.
내 굴뚝은 괜찮은지, 너무 곧게 뻗어 있거나 주위에 나뭇단이 쌓여 있진 않은지. 이렇게 살피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화재예방의 근본이라 한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가장 으뜸의 방법은 재난이 미치기 전에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가지는 것이다.
설날이 목전에 다가왔다. 설날이 되면 떨어져 살던 가족, 친척과 이웃이 만나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문중과 가족의 일체감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회이며, 한 해의 행운과 발복, 안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의 명절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이렇게 좋은 설 명절 기간에 평상시보다 화재'구조'구급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이번 설 연휴에 각종 재난을 대비하여 전통시장, 대형판매시설, 영화상영관, 여객터미널 등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하는 사전 예방활동을 벌인다.
먼저 서문시장 등 대구의 전통시장 116개소에 대하여 일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점포 관계인과의 시장철시 점검 및 비상시 대응요령 교육을 실시하며, 취약시간대에는 시장순찰 하는 등 예찰활동을 강화한다.
그리고 쪽방촌 등 생활환경이 어렵고 시설이 열악한 장소에 찾아가 사고 시 대응요령 및 전기'가스시설 점검 등 소방서비스를 제공하며, 대형 영화관'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비상구를 비롯한 안전시설 점검, 유사시 대피 방법, 소방캠페인 활동을 실시하여 시민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119종합상황실은 갑작스런 응급 상황에 대한 전문의사의 질병 상담과 환자 증상에 적합한 의료기관을 24시간 안내하며, 주요 고속도로 등에 구급차를 전진 배치하고 소방헬기는 항공 순찰하면서 골든타임 확보에 나선다. 소방서와 소방관들은 신발끈을 동여매고 각종 사건'사고에 총력 대응할 것이다.
무릇 시경(詩經)의 상토주무(桑土綢繆)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새는 폭풍우가 닥치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어 둥지의 빈틈을 얽어맨다" 는 뜻이다.
소방관서의 예방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고, 화재 등 재난사고에 스스로 실천'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이웃과 나의 생활 터전에 안전을 보장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설 연휴 각종 재난사고에 대비해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미리 점검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번 설은 상토주무의 지혜를 얻는 행복한 명절이 되길 기원한다.
오대희/대구소방안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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