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꿈속의 사랑'이란 번안곡으로 발표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중국노래 멍쭝런(夢中人)은 제목만큼이나 시작부터 사뭇 몽환적이다. '달빛은 저렇게 몽롱한데, 대지는 밤안개로 덮여있고…' 이처럼 안개를 주제로 하거나 소재로 한 노래는 고유의 정서를 지니기 마련이다. 안개라는 말의 뉘앙스가 가진 모호성 때문이다. '안개낀 장충단공원'(배호), '밤안개'(현미), '물안개'(석미경), '안개꽃 추억으로'(이문세), '안개속의 두 그림자'(함중아) 등도 그렇다.
안개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지역으로 사랑과 이별이 공존하는 시간과 공간이다. 어쩌면 안개는 존재론적 허무의 상징으로 불합리한 인간조건을 함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 또한 안개의 독특한 이미지를 차용한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전쟁이 끝난 1960년대 한국 사회의 혼돈과 방황 속에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출세한 인물의 내면세계를 밀도 있게 그렸다.
무진(霧津)이라는 소설 속의 공간 또한 바닷가의 안개를 떠올린다. '무진기행'은 김수용 감독의 '안개'라는 영화로도 개봉되어 더 유명세를 얻었는데, 주제가인 '안개'를 부른 가수 정훈희를 일약 스타로 만들기도 했다. 반면 기형도의 시 '안개'는 샛강에 자욱하게 낀 안개를 시적 공간으로 설정하면서도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한 자연과 인심의 황폐화를 고발하고 있다.
안개는 노래와 문학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현상 표현에도 빌려 쓴다. 이른바 '안개정국'이 그것이다. 신군부가 태동하던 1980년의 봄이 그랬고, 지금도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정치상황을 그렇게 부른다.
안개라는 자연현상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아주 작은 물방울로 맺혀 지표 가까이에 부옇게 떠 있는 것을 말한다. 안개는 짙을수록 주변을 뒤덮어 사실 분간을 어렵게 만든다. 안개는 그 낭만적인 분위기로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지만, 운전자에게는 사고의 위험을 잉태한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도로의 자동차는 물론 바다의 선박과 하늘의 항공기 안전에도 큰 영향을 준다.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도 짙은 안개 때문이다. 안개는 지표면이 따뜻해지거나 맑은 바람이 세게 불어야 걷히기 마련이다. 총리 인준을 둘러싼 안개정국도 따뜻한 사회와 건강한 시류가 형성되었더라면 벌써 사라졌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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