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명절은 긴 연휴를 자랑한다. 설 연휴 3일에 주말까지 더해 5일을 쉴 수 있고, 설 연휴 앞에 이틀 휴가를 붙여 최장 9일 연휴를 이미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연휴가 긴 만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겪는 후유증도 크다. 귀성길 장시간 운전과 과음과 과식은 대표적인 명절 후유증 원인이다. 부부가 겪는 여러 갈등도 명절 이후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점점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잘 다녀와도 오래 쉬었더니 일상 복귀가 어려워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 "우리 집에 먼저 가자!" 싸우는 부부들
황영민(35) 씨는 결혼 3년 차 직장인이다. 결혼 이후 새로운 소재로 아내와 다투게 됐다. 명절에 시댁에서 친정으로 이동하는 '타이밍' 때문이다. 황 씨 부부는 명절 전날 시댁에 도착한다. 다음 날 차례를 지내고 오전 10시쯤부터 갈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다. 친정으로 오전에 바로 이동할 것인지 아니면 점심을 먹고 오후에 이동할 것인지를 두고 부부 사이에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황 씨는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좀 더 놀고 싶은데 아내는 차례상 설거지도 끝냈으니 빨리 친정으로 가서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고 싶다며 눈치를 준다"고 푸념했다. 올해는 설 연휴가 길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연휴가 짧을 때는 한두 시간 때문에 아내와 다투는 일도 있다. 황 씨는 "처가로 나서는 시간이 한 시간만 늦어도 아내가 불같이 화낸다. 결국 명절 이후에 아내는 시댁에 더 많이, 나는 처가에 더 많이 머물렀다고 주장하며 다시 다툰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황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가정마다 겪는 상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누가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부부가 명절 전에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상황 변화에 따라 서로 이해해 주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명절 후유증인 '부부 갈등'을 막기 위해서다. 명절 부부 갈등은 최악의 경우 이혼까지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대구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 명절 전인 1월에 689건이었던 재판이혼 및 협의이혼 건수가 설 명절 후인 2월에는 796건으로 16.9% 증가했다.
▶전문가가 주는 팁=명절 때 부부가 서로 주고받은 잔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꾹꾹 축적된다. 그러다 명절 이후 쏟아져 나와 부부 사이에 갈등 구도를 만든다. 명절 부부 갈등 상담의 70%가 의사소통 단절 관련인 이유이다. 특별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가 최선의 방법이다.
◆긴 명절 연휴 해외여행, 일상 복귀가 관건
명절 귀향길 및 귀경길 운전사 노릇만 할 것 같았던 직장인 박영규(48) 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때 휴가를 써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가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 며칠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휴가 시즌이라 업무가 많지 않은 때에 여름휴가를 떠난 것과 달리 명절 전후로는 오히려 각종 업무가 쌓인다. 특히나 해외에 다녀오다 보니 생체 리듬도 깨졌다. 그래서 휴가를 다녀왔더니 밀린 업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박 씨는 "직장인들은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날 때 단단히 각오하고 가야 한다. 연휴가 길다고 무턱대고 떠났다가 다녀와서 쌓인 일 처리하느라 야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무기력증'이 새로운 명절 후유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여행의 피로, 여행을 다녀온 이후 업무에 대한 부담감, 긴 연휴라서 시도하는 과도한 신체활동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하루종일 멍한 느낌에 어지러움도 호소한다. 또 졸리고 소화도 안 되고 미열이 나는 등 다양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보통 하루 이틀이면 생체리듬을 되돌릴 수 있지만, 건강 상태에 따라 후유증을 몇 주 동안 앓기도 한다.
▶전문가가 주는 팁=명절 이후 일상생활에서 피로 회복 능력을 높이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으면 좋다. 취침 전 샤워와 가벼운 운동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 때 평소 안 쓰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해 몸이 더 피로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을 잘 활용해야 일상 복귀에 도움이 된다. 이날 하루만큼은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자. 우선 평소대로 기상하고, 식사도 제때 한다. 낮에는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히 수면을 취한다. 따라서 연휴 마지막 날 무리하게 복귀하는 해외여행 일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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