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길 먼 로컬푸드직매장…대구 7곳 중 6곳 울상

매출 부진에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주부들에 아직 홍보 부족"

21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1층에 위치한 문양역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시민들이 지역에서 생산한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1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1층에 위치한 문양역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시민들이 지역에서 생산한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7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사 내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 1천157㎡(약 350여 평)의 매장에는 각종 채소와 과일, 육류 등이 매대 위에 올려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채소와 과일은 적당한 크기로 보기 좋게 포장돼 있었고, 포장지에는 원산지, 생산자 이름과 전화번호, 출하일 등이 적혀 있었다. 가격도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금치를 손에 든 한 손님은 "판매하는 농산물에 생산자와 출하일 등이 적혀 있어 믿고 살 수 있다"고 했다.

이곳에 진열된 농산물은 일정 기간 동안 팔리지 않으면 생산자에게 바로 인계된다. 엽채류 1일, 과일 2일, 근채 3일, 버섯류 2일 등이 한계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생산자는 직매장과 연결된 작업실에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한다. 자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이 얼마나 판매됐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직매장은 판매액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동구 평광동에서 사과를 재배해 납품하는 박은희(58) 씨는 "공판장보다 판매 가격이 더 높은데다 누가 구입해 갔는지도 알 수 있다. 손님들로부터 사과맛이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 이런 로컬푸드 매장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품질이 우수하고 믿을 수 있는 로컬푸드를 판매한 덕분에 이곳은 지난해 매출액이 40억원을 넘었다.

◆여전히 걸음마

문양역직매장은 보기 드물게 성공한 경우다. 대구의 나머지 로컬푸드 직매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2012년 로컬푸드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고, 2013년 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로컬푸드 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로컬푸드지원센터인 대구장터를 설치했다. 대구장터는 동구 검사동, 동대구역사, 현대백화점 식품관 등지에서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강북마을공동체는 농부장터를 운영하는 등 대구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모두 7곳이다. 앞으로 대백프라자점과 성서하나로마트에도 직매장이 문을 연다.

하지만 문양역직매장을 제외한 나머지 직매장의 매출액은 초라하다. 지난해 매출액을 살펴보면 대구장터직매장은 7천만원, 동대구역사직매장 1억2천만원, 현대백화점직매장 2억7천만원 등에 불과했다. 통상 순이익이 매출액의 10%에 불과해 매장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구장터 관계자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액이 높지 않다. 앞으로 로컬푸드가 더 알려지면 덩달아 매출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부 로컬푸드 직매장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직매장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장에서 직거래장터를 열지만 기대만큼 매출액이 많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농업기술센터, 대구장터 주차장, 두류공원, 달성보와 강정보 등지에서 주중에 요일을 정해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직매장이 늘어나고 직거래장터를 더 활발하게 열면 매출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학교급식이 대안

로컬푸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 등 대량 소비처 확보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농산물을 로컬푸드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급식 시장의 경우 대구시만 1천200억원, 경북도가 1천300억원 규모다. 이 중 1차 농산물 구입 비용은 대구시가 250억원, 경북도가 300억원에 이른다. 이 정도 시장에 로컬푸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면 로컬푸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성욱 프레시원 대구경북 대표는 "로컬푸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교급식에 로컬푸드 공급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 대구의 경우 달성군의 일부 학교는 로컬푸드를 학교급식에 이용하고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 문제를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 대구시내 학교에 로컬푸드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경북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난관도 적지 않다. 로컬푸드를 학교에 공급하는 학교급식센터를 설치해야 하지만 여기에 드는 비용만 30억~40억원이 필요하고, 기존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급식업체의 반발 등도 우려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학교급식에 로컬푸드를 제공하게 되면 가장 빠르게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예산과 기존 급식업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단시일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임성욱 대표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초지자체보다는 경북도와 대구시가 안전하고 우수한 먹거리를 학생들에게 먹여 농가와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함께 살린다는 차원에서 로컬푸드 활성화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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