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도심의 일부 구간을 버스만 오가도록 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묶어 2009년 12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네거리까지 약 1㎞ 구간의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만 5년이 지난 지금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률 상승과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주변 대로, 이면도로의 교통난을 부추긴 주범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주변 상인들은 일부 구간 허용 주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고 중구청도 지난달 초 대구시에 약전골목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우회전하는 구간의 일부 해제를 요청했다.
◆뻥 뚫린 대중교통전용지구
'시내버스 이용객 33.5% 증가, 시내버스 환승률 40.3% 증가, 미세먼지 36% 감소, 유동인구 17.7% 증가'. 지난 5년간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해 대구시가 내놓은 성적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중구 반월당에서 대구역까지 중앙로 1.05㎞ 구간을 ▷차로 4개에서 2개로 축소 ▷보도 폭을 3m에서 12m로 확대 ▷횡단보도 3개에서 8개로 확대 ▷보행자 편의시설 설치 등을 골자로 해 사업이 진행됐고 2009년 12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를 위해 시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98억원을 쏟아부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중앙로는 도로가 좁아 극심한 차량정체가 빚어졌지만 주변 상가 등으로 인해 도로 확장이 불가능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국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구상하게 됐고, 이후 대중교통 이용객 증가, 보행환경 개선 등의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시내버스만 다니도록 하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시내버스 이용객은 2009년 489만 명에서 개통 다음 해인 2010년 601만 명, 2013년에는 653만 명까지 늘었다.
소통도 눈에 띄게 원활해졌다. 일반차량의 진입이 금지되면서 차량 통행이 줄었고 이 덕분에 대기오염 주범인 자동차 배기가스(NO2)는 54%, 미세먼지(PM10) 36%, 아황산가스(SO2) 25%, 일산화탄소(CO) 17%가 감소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차로가 줄고 인도가 넓어지는 등 보행환경이 개선되면서 걷기 좋은 중앙로가 됐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전 평일 유동인구는 5만6천311명(12시간 기준)에서 2014년 기준 6만6천294명으로 17.7% 늘었고, 휴일에는 7만2천464명에서 8만3천441명으로 15.2% 증가했다.
◆꽉꽉 막힌 주변도로
이제 중앙로는 '걷기 좋은 거리'가 됐다. 하지만 중앙로에서 이면도로로 들어서면 차와 사람이 얽히는 '보행자 지옥'이 펼쳐진다.
차량통행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으로 중앙로는 차량 소통이 수월해졌지만 주변 대로의 교통량은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이후 시내버스 이용객이 늘어난 것에만 골몰한 나머지 주위를 살피는 데는 눈을 감았다.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연결되는 이면도로는 '통행금지' 푯말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고, 이로 인해 골목골목은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게 돼 보행자들은 차를 피해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약전골목 일대는 꼬인 실타래가 됐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1년 6개월 만에 현대백화점이 개점하고, 근대골목투어의 인기 등으로 이 일대 침체됐던 골목엔 급속하게 개발이 이뤄졌다. 덩달아 차량 유입도 늘었다. 하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로의 진입이 불가능해지면서 퇴근시간과 주말'휴일에는 이 일대가 주차장이 되다시피 한다. 이에 약령시 상인들은 약전골목에서 중앙로로 빠져나가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일부 구간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중구청도 현대백화점 일대 불법 주'정차와 이 일대 교통흐름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8일 일부 구간 해제 등 해결책을 대구시에 요구했다.
반월당 일대 대로의 교통 상황도 나빠졌다. 2009년 반월당네거리의 하루 6시간 평균(차량통행이 제일 많은 시간 기준) 차량 통행량은 3만7천606대. 2011년에는 3만7천445대로 소폭 줄었지만, 2012년에는 3만9천67대로 전년보다 4.33%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지역 교차로의 평균 교통량은 3.29% 감소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주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나무에 지나지 않는다. 시행 5년이 지난 지금, 숲 전체가 아름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빼어난 보행자 환경과 대중교통 이용 증가 등의 훌륭한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나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개선 등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김영무 대구시 교통정책과 과장은 "약령시 일대 주민과 중구청의 일부 구간 해제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오히려 이면도로까지 포함하는 구간 확대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아 확대 쪽의 개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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