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단위 주거지역 바로 옆 모텔 '민망한 출근길'

대구테크노폴리스·금호신도시, 숙박 용도 부지 신고만 하면 허가

대구지역 곳곳에 뉴타운이 새로 조성되면서 신도시 인근에 모텔이 난립하고 있다. 23일 오후 북구 금호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선 기업형 모텔 5곳이 네온사인을 켠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지역 곳곳에 뉴타운이 새로 조성되면서 신도시 인근에 모텔이 난립하고 있다. 23일 오후 북구 금호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선 기업형 모텔 5곳이 네온사인을 켠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아빠 저 건물은 뭐야?"

직장인 박찬구(가명'35) 씨는 일곱 살 된 딸 아이의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칠곡 금호신도시 입구에서 마주친 대형 건물 두 채를 보고 딸아이가 다시 물었다. "놀이공원이야?"

건물에 내걸린 겹겹의 만국기가 지난달 나들이 갔던 놀이공원과 비슷해 이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박 씨는 아이의 물음에 끝내 답할 수 없었다. 형형색색의 색동 건물은 새로 생긴 모텔이었다.

대구 신도시에 모텔이 우후죽순 들어서 주거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모텔이 임대수익의 새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여유 자금이 모텔 신축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이 다각화되고 있다"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틈새시장으로 모텔을 공략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신도시 입구에는 만국기가 걸려 있는 모텔 4개가 줄지어 있다.

박 씨는 "지구 입구에 모텔이 떡 하니 서 있어 출퇴근길이 다소 민망하다"며 "신도시가 생기기도 전에 모텔부터 들어선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북구청에 따르면 금호신도시 주위에는 2013년 4건의 모텔 허가가 났다. 북구청 관계자는 "전에는 단 한 건의 모텔 신고도 없었지만 금호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모텔 영업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구테크노폴리스에도 최근 모텔 허가가 났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테크노폴리스 중심상업지구 16필지 중 1필지에 모텔 허가가 났다. 문제는 모텔이 더 생길 개연성이 크다는 데 있다. 근린생활시설과 모텔 등 6필지에 설립 허가가 났고 나머지 10필지는 아직 건물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완화 분위기와 맞물려 숙박시설로 용도가 지정돼 있는 곳에 굳이 없는 법을 만들어 가면서 모텔을 규제할 수는 없다"며 남은 땅에도 모텔이 들어설 여지를 남겼다.

대구시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주거지역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 이하엔 숙박업소가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금호신도시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지구단위 계획 수립에서 별도로 숙박업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모텔 영업은 숙박시설 용도 부지에서 신고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모텔 난립의 1차 원인은 저금리 기조에서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의 새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 들어서는 신도시는 땅값이 다소 저렴한 데다 수익률이 좋아 투자 0순위로 손꼽히고 있다. 사람이 없고 자판기식으로 운영되는 무인 카 모텔의 경우 신축만 하면 수억원의 웃돈이 붙는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대단위 주거지역에 모텔이 난립하기 시작하면 주거 문화를 현저히 해친다고 지적한다. 이미 황금네거리 주변과 동대구역사 뒤편으로는 모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이 난립해 있다. 김성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텔이 주거 지역 주변에 우후죽순 들어서게 되면 선입견으로 인해 상가가 잘 형성되지 않는 등 지구의 시너지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며 "향후 재건축'재개발 단계에서도 매입단가와 비용 보전 문제 등으로 개발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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