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날을 전후로 집안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간장, 된장을 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만들어진 간장, 된장이 있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직접 담가 맛을 내는 장류에서 느낄 수 있는 '내 집의 맛'에 비하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장맛을 내기 어렵다며 장 담그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
◆맑고 쾌청한 날에 장을 담그자
옛 조상들은 맛 좋은 장을 담글 때 알맞은 시기와 물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전통적으로 한 해가 시작하는 정월 대보름 이후 말(午)일에 담그는 것이 좋고 신(申)일은 담그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말일과 신일은 각 날짜에 10간 12지를 배당한 일진을 뜻하는데, 말일은 12간지 동물 중 말을, 신일은 12간지 동물 중 원숭이를 뜻하는 날이다. 올해의 경우 정월 대보름 이후 말일은 이달 7일이며, 신일은 이달 9일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간지에 따른 길일을 지키며 장을 담그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북 김천에서 전통식으로 된장을 담가 판매하는 업체인 '김미경전통재래된장'의 김미경 대표는 "전통 방식으로 말날이나 손 없는 날에 담글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라리 날씨가 쾌청하고 공기가 깨끗한 날에 담고, 미세먼지'황사가 많이 날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피해서 하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간장, 된장을 담글 사람들은 예년에 담글 때보다 간을 좀 더 짜게 담그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올해 설날이 예년에 비해 조금 늦게 온 데다 날씨 또한 그리 춥지 않기 때문이다. 김미경 대표는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하고 시기도 늦은 시기에 담그기 때문에 염도가 높아야 변질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사는 경우 장맛을 내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아파트에 산다면 장독 두는 곳 바닥에 자갈 등을 깔아 공기를 통하게 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장독을 두는 것이 좋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발코니 문과 장독 뚜껑을 열어 바람을 쐬어 주면 장이 잘 익는다.
◆좋은 메주가 장의 맛 결정
장 담글 때 가장 중요한 재료는 메주다. 메주에 들어간 균에 따라 장의 맛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메주는 메주 안에 몸에 유익한 여러 균종들이 들어 있어 전통적인 구수한 맛을 낼 수 있다.
좋은 메주를 고를 때는 메주의 색깔을 잘 살펴봐야 한다. 네모 형태의 메주를 고를 때는 속까지 잘 띄워진 메주를 골라야 맛있는 된장을 먹을 수 있다. 쓸데없이 너무 크게 만들어진 메주는 속까지 발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므로 조심해야 한다. 해콩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들었을 때 가벼운 느낌이 든다면 좋은 메주다.
메주 색깔이 너무 검거나, 검은 곰팡이가 너무 많이 피어 있거나, 톡 쏘는 냄새나 역한 냄새가 난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너무 깨끗해 보이는 메주나 콩알이 보이지 않은 채 모두 갈아서 만들어진 메주, 끈적이는 실이 나오는 메주도 장 담글 때 피해야 할 메주다.
요즘은 공장에서 만든 메주도 많이 출시되고 있고, 속칭 '알알이 메주'라 불리는 개량 메주 또한 인기가 좋다. 다만 개량 메주로 장을 담그면 전통방식으로 만든 메주로 담근 것과 비교했을 때 단맛이 좀 더 강하게 나지만 그 대신 구수한 맛은 적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장 담그는 법
재료=메주 6㎏, 소금 3.3㎏, 물 18ℓ, 다시마, 마른고추, 숯
①소금물을 만든다. 소금은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물 18ℓ에 소금 3.3㎏을 풀어 사용한다. 계란을 띄웠을 때 500원 동전 크기가 되면 적당한 염도다.
②장독은 장 담그기 1, 2일 전에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다. 장독대 안을 신문지로 태워 소독하는 방법도 있다.
③메주 겉면의 먼지를 살짝 씻어낸 뒤 장독에 차곡차곡 담는다.
④준비해 둔 소금물을 장독에 붓고 자연산 다시마를 넣은 후 돌로 누르고서 마른고추와 숯을 넣고 유리뚜껑을 덮는다. 장독을 햇볕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⑤장을 담근 후 50일이 지나면 된장은 건져 주물러 으깬 뒤 건져 놓은 다시마를 덮어 놓는다. 간장은 보자기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 뒤 한 번 달인다.
⑥된장은 뜬 뒤 6개월이 지나야 맛이 들기 시작한다. 그동안 물을 떨어뜨리거나 자주 뚜껑을 열지 않아야 하며, 장독 주변을 습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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