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그 많던 '길거리 시너' 다 어디갔나

적발 건수 지난해 단 5건 그쳐…판매소·공장 전방위 단속 효과

'수두룩했던 가짜휘발유(시너) 판매업소는 어디로 갔나'.

대구 동구에서 3년간 길거리 시너 판매업소를 운영하던 A(40) 씨는 2013년 가게 문을 닫았다. 2013년 한 해에만 500만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면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인건비와 가게 임대료를 부담하고 나면 거의 수익을 보지 못해서다. A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단속 때문에 문을 닫은 날도 많았다. 운영 기간 과징금만 수천만원을 냈다"고 말했다.

대구는 한때 유사석유 제조'유통의 온상이라 불릴 만큼 길거리 시너 판매업소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강력한 단속으로 제조공장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판매업소도 덩달아 문을 닫은 데다 저유가로 시너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대구는 유사석유 불법유통이 가장 많은 지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길거리 유사석유 불법 유통 건수 전체 1만4천418건 중에 대구경북이 6천38건으로 전국의 41.9%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에서 길거리 유사석유 판매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길거리 유사석유를 판매로 적발된 건수는 총 5건으로 2012년 380건, 2013년 207건에 비해 급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유소에서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일은 종종 적발되지만, 길거리 판매업소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판매업소뿐 아니라 제조공장, 유사석유 사용자 등 전방위적 단속이 크게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2007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을 개정해 유사석유 제품을 사용한 사람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3년간(2012~2014년) 사용자가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 수는 86건이었다.

2010년 이후 제조공장에 대한 일제 단속과 함께 관계자들을 형사처벌하면서 제조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은 것도 원인이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단속으로 판매업자들이 과징금 부담으로 장사하지 못하고, 제조공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공급을 차단하면서 유사석유 불법유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최근의 저유가 추세는 불법 유통이 사라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휘발유 가격이 비싸면 저렴한 유사석유를 찾는 시민들이 많아 판매업소들도 과징금을 내면서까지 영업을 하지만 최근 휘발유 값이 저렴해지면서 유사석유 수요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다시 고유가가 되면 판매업소들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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