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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내 귀에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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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지안

모진 황사 바람에 이어 연일 계속되는 단비에 바깥 공기는 물샐 틈 없이 굳게 닫힌 창문으로부터 단절된다. 까마득한 어둠을 수놓는 헤드라이트 불빛들만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소음도 숨죽인 채 빗소리에 젖는 이 밤. 짙은 자동차 경음기는 성급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셀마가 등장한다. 자신을 닮아 선천적으로 눈이 멀어져 가는 아들의 눈을 고치겠다는 소망 하나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셀마는 단 하나의 희망과 함께한다. 그녀는 유일한 삶의 기쁨인 뮤지컬 배우가 되기를 꿈꾸며 춤과 노래의 상상 속에 빠져 공장 기계 소음을 박자 삼아 자유롭게 노래한다. 그 모습이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뮤지컬 속 행복한 상상이 늘 고통스럽고 고된 현실로부터 셀마를 지켜주는 것을 보며, 우리는 과연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진정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1인 1 휴대전화 시대. 홍수 같은 정보의 바다 속에 뛰어든 각종 커뮤니티에서 신종 활자들이 탄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대화는 줄어들고, 자살률은 늘어가고, 우울증은 점점 깊어져 간다. 이런 시대를 기반으로 커피(카페) 시장이 부흥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전에 삐삐세대가 만들어냈던 만남과 대화의 장에 대한 목마름을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휴대폰과 컴퓨터로 사이보그적인 소통을 하며 흙냄새 잃은 주인공으로 사는 것은 참으로 간단하고 간편한 방법인 것은 틀림없다. 획일화된 집 구조와 기성화된 자동차가 만드는 삶의 패턴 안에서 목마름에 갈증을 적실 여유도 없이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래서 소위 '힐링'이 콘셉트가 뜨고, 캠핑이 단골 메뉴가 되고, 차 한 잔의 여유로움도 구매해야 하는 현대는 과거보다 어쩐지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에 맞춰 하루쯤 자동차 핸들을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휴대전화는 잠시 넣어두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소리, 공기와 부딪히는 열차 소리, 철로와 맞닿는 기계적인 소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느슨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증이 아닐까. 그 순간만큼은 나로부터 단 한 번이라도 자동차 경음기 소리를 줄일 수 있고, 바겐세일 없는 고유가시대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 오존층 보호라는 환경적 명분까지 충족하며 소심하게나마 애국심을 꽃피울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거기다 건강까지 1+1 서비스로 따라올 것 아닌가.

절제의 미덕이 희미해진 요즘, 다 자란 나무를 베지 않는 것이 지난 식목일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보다 더욱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이 된다면, 그보다 값진 것이 있으랴. 빗속에 머무는 오늘의 하루가 귓가에 단비처럼 우리의 마음을 적시는 큰 선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뮤지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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