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혁세의 소리와 울림] 봄이 오는 주택시장에 부는 이상기류

전세난'저금리로 내집 마련 수요 확대

올 초 거래량 지난해보다 14.3% 늘어

분양권 시장확대 자칫 가격상승 불러와

수급조절'실수요자 피해 막을 대책을

요즘 전반적인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도 온기를 느끼는 분야가 주택시장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1~2월의 전국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14.3%나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주택거래가 증가한 가장 큰 요인은 전세난과 저금리로 인한 내 집 마련 수요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함에 따라 전세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전셋값도 덩달아 급등했다. 때마침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주택거래 활성화가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곳은 신규분양 시장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정부가 주택청약 조건을 완화하면서 전국의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가 사상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최근 분양되는 인기지역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수십 배를 웃돌고 있고, 청약 경쟁에서 탈락한 신청자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분양권을 매수하려고 몰려들어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는 물론 지방의 일부 지역까지 분양권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국 분양권 거래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였던 2006년 23만320건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부터 2006년 기록을 상회한 후 지난해는 사상 최대인 32만 건을 기록했고, 올해는 지난해 수치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분양권 시장이 호황을 보임에 따라 지난해 전국 아파트 거래의 45.6%를 분양권 거래가 차지했다.

분양권 거래증가는 주택건설업체나 부동산중개업소의 영업에는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자칫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한 수요자가 새 아파트 입주 때 가격이 하락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 광풍을 몰고 온 위례신도시의 경우 떴다방의 농간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이 억대에 육박해 거래되었으나 현재는 절반 가까이 거품이 빠졌다고 한다.

게다가 분양권 시장 과열은 자칫 주택분양시장에 착시현상을 초래해 쏠림현상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공급 급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례로 올해 9월에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 대치동 래미안 청실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14㎡의 분양가격이 15억8천132만원인데 벌써 4억2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분양되는 신규아파트들의 분양가격 상승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주택건설업체들은 모처럼 만난 분양시장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앞다투어 조기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3~4년 후 입주 시에 공급물량 과다로 가격폭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대구, 부산 등 일부 지방의 경우 수도권보다 분양권 거래 비중이 높아 향후 부동산경기 침체 시 가격급락이 우려된다.

주택시장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거래 활성화 정책이나 유동성, 금리상황에 좌우되나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나 인구구조 변화가 수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이다.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후에는 대다수 국가가 수요 감퇴로 주택거래와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물가 안정 속에 저성장 구조가 지속될 전망이고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하는 만큼 선진국의 주택시장 추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와 주택건설업계는 주택거래 활성화와 중산'서민층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추진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주택시장의 수급조절과 분양시장의 이상과열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떴다방을 중심으로 폭탄 돌리기식 프리미엄 경쟁을 부추기는 불법행위는 엄중 단속해야 하며, 주택건설업체들의 경쟁적인 분양물량 밀어내기에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반가계도 자칫 저금리에 기대어 소득수준을 넘는 과도한 차입으로 집을 마련할 경우 내년 이후 미국 금리 인상 시 금리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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