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은퇴] 노후자금 운용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고민=몇 년 전 퇴직을 하고, 다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인 50대입니다. 생각보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재취업은 하지 못하고, 단기 취업과 휴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퇴직금 등 노후자금이 조금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들 결혼 등의 지출도 예상되며, 우리 부부의 노후생활비와 의료비도 걱정입니다. 자금을 잘 운용하고 싶은데 점점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금리도 매우 낮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변해갈까요? 노후자금은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해법=최근 국내 경기가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3저 현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만 고령화로 인해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침체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현재 노인(65세 이상) 인구는 12.7%이며,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 부머들은 대거 은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근로소득이 끊어지거나 줄어드는 노인들이나 은퇴한 베이비 부머들은 씀씀이를 줄이게 됩니다. 그래서 인구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이 호주머니를 닫게 되면서 자영업과 같은 서민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계속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고령화시대를 맞아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상해서 노후자금을 운용하고, 나아가 창업과 같은 노후대책을 모색하는 데 참고해야 합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경제 트렌드 변화를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특징적인 면도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통계청의 장기 인구 추계에 의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약 5천만 명이며, 2030년에는 5천200만 명으로 최고점에 달하게 됩니다. 2031년부터 2060년까지는 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기 시작해서 4천4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내수 감소로 국내 경제 규모가 줄어듭니다. 경제의 저성장으로 연결되는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둘째, 인구 감소로 인해 부동산 가격의 침체가 우려됩니다. 현재 은퇴를 맞이하고 있는 중'장년들의 자산 구조를 보면,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약 78%(통계청, 2014년 가계금융 조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동향이 중·장년의 노후자산에 큰 영향을 주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향후 노인인구가 크게 늘어나면 부동산을 팔 사람은 많아지는데, 살 사람은 적어지므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는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중·장년들의 부동산 중심 자산 운용은 자산 감소를 초래할 것입니다.

셋째, 저조한 경제성장이 계속될 것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적인 고성장 국가였지만, 최근 몇 년간 연간 3%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3%이며, 시중은행 금리는 2%에 못 미칠 정도로 낮아져서 저성장·저물가·저금리시대가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년 전의 일본처럼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올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노후자산을 운용해야 할까요? 먼저 저금리현상을 극복해야 합니다. 시중금리가 1%대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한다면 사실상 실질금리가 거의 0%대인 저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투자원금이 손상되는 투자처를 찾게 되면, 노후자금 부족으로 생활 자체가 흔들리는 좀 더 근본적인 위험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축, 보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분산투자해 중간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분산투자를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통계청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국민들의 91%가 은행의 예금과 적금으로 여유자금을 굴리겠다고 답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빈곤한 노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다음으로 부동산 중심의 자산관리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동산을 가능하면 줄이도록 해야 하며, 특히 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계부채가 많아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습니다. 대출금리가 낮다고 안심하지 말고 부채 축소에 힘을 써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같이 발생할 것이므로, 자영업의 경영난이 점차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경기침체로 자영업 비중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전 세계에서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입니다. 자영업에 관련된 부동산 자산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후생활상에 적합한 자산관리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복잡한 투자도 자신이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지만,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지는 70대 초·중반 이후에는 금융회사 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치매나 암에 걸릴 경우 자산관리는 불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50∼70대 이후 자산관리 방법은 달라져야 합니다. 어떤 방법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지만, 외국에서는 연금을 충분하게 확보한 이후에 치료비, 간병자금, 상속 등을 미리 준비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보험상품을 이용하고 있지만, 워낙 비싼 상품이라 중산층들이 이용하기에는 효율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재무설계사들이 금융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상황이라 객관적으로 장기간 자산관리를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노후를 맞이하는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을 해야 풀어낼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고령사회가 도래하면 사회 곳곳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세계 유례가 없는 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자산 운용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과도하게 위기감을 가지고 좌절하는 우(愚)를 범하기보다는 많은 지식과 예측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재룡(사단법인 한국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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