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어, 100일의 도전] 17) 상하이를 다녀와서

상하이 야경에 '눈 호강' 골목시장 별미 '입 호강'

설렘과 기대, 걱정을 안고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겉으론 마냥 들뜬 기분을 냈지만 내심 걱정도 됐다. 그러나 여행 경험이 많은 아저씨와 언니를 믿어보기로 했다.

22일 오후 상하이 푸둥공항에 내렸다. 처음 보는 한자들과 여기저기 들리는 중국말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같이 간 분들을 굳게 믿고 졸졸 따라다녔다.

공항 수속을 끝내고 숙소로 가는 길에 난생처음 자기부상고속열차를 탔다. 중국인 기질 때문인지 우리 도시철도 내부보다 훨씬 넓었다. 시속 400㎞를 달리는 열차라고 생각했는데 타보니 300㎞ 이상 달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끊어 지하철로 바꿔탔다. 서 있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는 한 여학생이 눈에 띄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더니 '커마어'라고 했다.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닥만 보고 있었는데 중국어로 '당신들 한국인'이냐고 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그 여학생이 '고마워'라고 말한 것을 알고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내릴 때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첫날부터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을 만나는 등 기분이 좋았다.

여행 일정은 숙소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는 식이었다. 작은 골목시장에 들렀다. 부모님 세대에서나 있음직한 전통시장이었는데,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과 먹을거리를 구경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대나무 잎으로 싼 약밥 같은 주먹밥도 사먹었다. 바퀴벌레나 전갈 같은 것들을 튀겨 파는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자주 봐 정말 그런 것들을 파는지 열심히 찾아봤다. 개구리나 닭발은 보였지만 벌레튀김이나 전갈튀김을 파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맛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높이가 492m나 되는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센터(SWFC), 속칭 '병따개 빌딩'이라고 부르는 전망대에 올라 화려한 상하이 야경을 구경했다. 화려한 불빛 사이로 까만 골목들이 보였는데,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겠지만 왠지 하나의 도시에 여러 세계들이 있고, 그 세계들끼리는 섞이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는 보고 또봐도 멋있는 건물이었다.

상하이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음식을 맛보았다.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유명한 만두가게에서 샤오롱바오도 먹어보았다. 먼저 빨대를 이용해 육즙을 들이마신 후 만두피를 먹었다. 그러나 생각보단 별로였다. 사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음식의 향이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유의 향 때문에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는 사람도 있어서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나지만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금방 적응이 됐다. 같이 간 아저씨와 언니에 비해 무엇이든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먹보'란 별명을 얻었다.

먼 곳에 가보기도 했다. 수향마을 중 '치바오'라는 곳을 찾았다. 치바오에서 우리나라의 한복카페 같이 옷을 대여해주는 곳을 발견했다. 옷이 신기하고 예뻐 빌려 입어보았다. 옷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화장과 머리까지 손질해주었다. 알고 보니 옷을 대여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곳이었다. 수십 장 사진을 찍어 고르고 골라 5장을 선택했다. 그러나 너무나 정직한(?)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중국어로 꽃받침을 만들어 살찐 얼굴 살을 줄여달라고 했다. 다행히도 수정해주시는 분이 나의 마음을 읽어 사진을 수정할 수 있었다. 내가 봐도 예뻐보였다. 중국 황실의 공주같이 보였다. 바로 대구에 있는 엄마께 보여줬더니 '우리 딸이 이렇게 예쁜줄 몰랐네'라고 하셨다.

치바오에서 빵게 튀김을 사먹었다. 메뉴와 가격이 적혀있는 곳 어디에도 20이라고 적혀있지 않았는데 장사하는 분이 자꾸만 20위안이라고 말하기에 나도 숫자는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중국어가 미약해서 말하지 못했다. 결국 10위안으로 추정되는 빵게 튀김을 20위안을 주고 사먹었다.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나름대로 열심히 100일간 중국어를 배웠는데, 배운 것만큼 많이 사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확실히 예전에 아무것도 모른 채 홍콩을 돌아다녔을 때 보단 여행이 훨씬 수월하고 더 재미있었다. 현지인들과 말도 많이 해보고 더 즐겁고 많은 추억을 만들고 왔다. 결론은 중국어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지(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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