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신뢰하기 어려운 0%대 소비자 물가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기에 비해 0.4% 오르는 데 그쳤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0%대를 기록해 연초 담뱃값 인상 효과(0.58%)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경기 부진에다 물가 하락세가 지속돼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영 딴판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천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체감 물가상승률이 3.3%라는 응답에서도 이 같은 물가 심리가 잘 나타난다.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요즘 소비자의 체감 물가는 정부가 발표한 통계치보다 훨씬 높다. 공식 지표로서의 의미나 통계의 신뢰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소비자물가지수가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체감 물가를 더 높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 가격이 떨어진 품목에 비해 오른 품목에 대해 더 강하게 인식하는 속성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가령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기에 비해 20.9% 내렸으나 소비자는 체감 물가에 이를 별반 감안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이유만으로 높은 체감 물가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할 때 실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 481개의 가격 변동치를 활용한다. 평균적으로 가구 소비지출에 있어 비중이 큰 품목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해 매기지만 실제 물가 변동치를 100% 반영하지 못하면서 물가에 대한 소비자 심리와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물가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가구 소득 개념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물가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데도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면서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싸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통계는 명목이 아니라 실질에 가깝게 접근해야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 소득, 환율 등 다양한 요인을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하는 등 보다 정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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