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선 철도 공사로 소음·진동 고통 '쥐꼬리 배상'

삶의 터전 잃고 화병났는데 고작 1천만원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 철도공사장 진출입로변 민가. 방진소음 펜스도 없이 공사차량이 이 집 앞을 지나다녔다. 이 집에서 요양하던 노인은 지난해 숨졌고 아들이 홧김에 집에 불을 질러 흉물스레 집이 방치돼 있다. 김대호 기자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 철도공사장 진출입로변 민가. 방진소음 펜스도 없이 공사차량이 이 집 앞을 지나다녔다. 이 집에서 요양하던 노인은 지난해 숨졌고 아들이 홧김에 집에 불을 질러 흉물스레 집이 방치돼 있다. 김대호 기자

"철도공사가 우리 집을 이렇게 망가뜨릴 줄 몰랐습니다. 공사 차량이 다니는 길을 집 바로 옆으로 내는 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한 환경적 피해는 최소화하겠다'는 말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순진하게 믿은 결과물은 참담했습니다. 지반 침하'벽 균열'두통 그리고 화병입니다."

영덕군 남정면 구계리 K(77) 할머니 등 4명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시작된 동해선 철도 포항~삼척 구간 노반건설공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철도공사가 시작된 뒤 중장비가 밤낮 가리지 않고 24시간 다니는데도 소음'진동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없었습니다. 먼지가 날리는데도 나 몰라라 였습니다. 공사 시작 전 터널 굴착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토는 뚫리는 터널을 통해 배출하기로 해놓고 이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가슴을 치며 얘기했다.

"철도공사 때문에 이웃 노인은 지병이 악화돼 일찍 세상을 떴습니다. 어떤 주민은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불을 지르기도 했고, 한 활어양식장 주인은 '수조가 부서지고 물고기들이 폐사한다'며 생업을 아예 접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결국 이들은 법에 호소하고 나섰다. 어촌마을 4가구는 각종 피해를 배상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주머니가 한없이 가벼운 이들이라 변호사를 선임할 엄두를 못내 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들이 공익법무관의 도움으로 작성한 소장의 4가구 손해배상액수는 2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열린 조정기일에서 제시된 배상액은 가구당 1천만원 수준이라 조정이 결렬됐다.

"그냥 서류만 보고 판단하려는 사람들은 우리를 욕심쟁이로 봅니다. 하지만 현장에 와서 피해상황을 직접 보신 분들은 우리 주장에 대부분 수긍을 합니다. 우리는 물적'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만 배상을 바라는 것일 뿐 다른 욕심은 없어요. 제발 힘없는 우리 입장을 판사님이 제대로 살펴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해당 현장에는 철도 노반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공사장을 드나드는 차량이 뜸한 상태. 소음은 지금 입증할 길이 없고 가옥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자면 감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이래저래 재판이 장기화될 경우 답답한 쪽은 피해 주민들이다.

이에 대해 공사 시행자인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소음과 진동 측정까지 했지만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며 "가옥 피해 부분은 처리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사장 시공업체인 코오롱건설의 변호인 측은 "법적으로 배상을 해주려면 피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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